03. 님아, 말라가 성당 옥상에 가지 마오...

멋진 전경에도 불구하고 비추하는 이유?

by 은제인

말라가에서 눈 뜬 첫 아침.

시차 때문에 잠에서 깨다 다시 자다를 반복하다가 일어나서,

아침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너무 피곤하고 정신없던 나머지 본래 가려고 찾아둔 아침식사 장소가 있다는 것도 까먹고 일단 나섰다.



안달루시아에서의 첫 아침 식사



일단 중심지에는 뭔가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중심 시가지에 와서 여기저기 먹을 만한 적당한 곳을 찾다가 한 식당에 들어갔다. 이곳의 주 메뉴는 전기구이 통닭과 그것으로 만든 닭고기 샌드위치, 그리고 크로케타였다.


우리는 닭고기 샌드위치와 이베리코 크로케타를 시켰는데, 이베리코 크로케타는 내가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고 (안에 들어있는 이베리코 살라미가 조금 비렸다), 닭고기 샌드위치는 담백하게 맛있었다. 담백하게 맛있겠다. 솔직히 말해서 둘 다 맥주 안주로 훌륭하게 느껴져서 맥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아침부터 맥주는 아닌것 같아서 참았다.


조금 뻑뻑하고 목이 막혔던 식사 후 우리는 자리를 옮겨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남편은 더블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나는

라떼와 비슷한 느낌인 카페 콘 레체(Café con leche / Café = 커피 + con = ~와 함께 (전치사) + leche = 우유)를 처음으로 주문해 봤다.


이곳 커피는 엄청 강했다.

카페 콘 레체도 내가 예상한 카페라떼 같은 맛보다는 훨씬 썼다. 남편은 현지 사람들처럼 더블 에스프레소를 주문해서 설탕을 타서 먹었는데, 그 독한 커피에 설탕을 타니 마신 당장에는 에너지가 완전 올라갔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훨씬 더 피곤해했다.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스페인은 커피가 맛있었다.



이게 예수님이 정말 바라시던 걸까?


커피로 에너지를 끌어올린 우리는 오늘의 주요 방문지 중 하나인 말라가 성당에 도착했다.

말라가 성당은 말라가 중심부에 있는 웅장한 성당으로,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가장 훌륭한 르네상스 양식 건축물로 평가받고 있다.

성당 내부는 르네상스 양식과 바로크 양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많은 예술 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현재 말라가 성당은 말라가의 종교적, 사회적 행사의 중심이라고 한다.


웅장하고 화려한 건물이었지만 가톨릭 신자인 나는 개인적으로

이렇게까지 화려한 가톨릭 건물을 보고 있자면 복잡한 마음이 든다.


아름답고 웅장한 성당들에 사람들을 압도시키는 절대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게 정말 예수님이 바라신 바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소박하게 살다가 소박하게 가신 예수님을 생각한다.

이곳에서는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성모님도 아주 화려한 옷을 입고 아름답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다.

(나중에 따로 다루겠지만, 안달루시아 사람들은 성모님에 아주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

성모님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숭고하게 꾸며주는 것을 신성한 예우이자 사랑의 표현으로 생각한다고… 이는 한국에는 없는 문화다.

우린 꽃을 바치긴 하지만 우리에게 성모님을 '화려하게' 꾸민다는 건 참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가톨릭이 부흥하던 시대에 종교라는 것은 단순한 종교가 아닌 통치이념이었으니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런 장엄한 건물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중세와 근세 시대에 성당은 단순한 예배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이었고,

문맹률이 높던 시대에는 시각적 교육 도구이기도 했다고 한다.

안달루시아의 경우 특히 8세기에 가까웠던 이슬람 지배 이후

기독교 정체성을 재확립하려는 의지가 건축에 반영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왜 옥상 가는 걸 비추천하냐면...


말라가 성당 입장권을 사면서 성당 옥상에도 올라가는 표를 샀던 우리는

때를 기다려 1시에 올라가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다! 약 200개의 계단을 하나하나 걸어 올라야 한다.

이곳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멋지다고 해서 올라갔는데,

막상 200개에 달하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자니 정말 힘들었다. 좁고 어두운 계단을 줄을 지어 걸어 올라갔다. 헉헉 아무리 지쳐도 뒤에 따라오는 사람들 때문에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다 올라가서 본 풍경은 감탄스러웠다!

아름다운 전경의 말라가가 저 멀리까지 다 보였다.

말라가 성당은 ‘라 만키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건축자금이 모자라서 한쪽 종탑을 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말라가의 상징이 된 이 불완전한 건축물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인상깊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말라가 옥상 방문을 왜 반대하냐고?

여기서 본 전경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솔직히 말해서 계단을 오르는게 체력소모가 심하다.

말라가에는 알카사바 및 히브랄파로 등 언덕을 오르는 관광 코스가 많다.

그렇다보니 여기서 체력을 소모하면 이후에 매우 주요 관광지인 알카사바와 히브랄파로를 모두 클리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우리는 체력문제와 시간 문제로 히브랄파로를 포기해야만 했다.

또한, 솔직히 말해서 말라가 성당 옥상에서 보는 전망보다 알카사바에서 본 전망이 더 근사하다.


그러니 느긋한 일정으로 와서 아예 하루를 말라가 성당에만 투자한다면 모를까,

말라가 성당 지붕에 올라가면서 체력을 소진하는 걸 추천하지 않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라가 성당에서 바라보는 알카사바의 전경은… 너무 근사하다.

그래서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는 꼭 가보라고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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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여행꿀팁

비용을 조금 더 지불하고서라도 중심지와 가까운 숙소를 잡는게 좋습니다.

그러면 여행중에 힘들때 숙소에 와서 잠깐 쉬다 가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

저희도 이번 여행에서 나름 가까운데 잡는다고 하긴 했는데

숙소로 올라가는 길에 언덕이어서... 생각보다 꽤 힘들었어요!!

여행중의 씨에스타는 너무 소중하니...

가급적 중심지 근처를 추천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라이킷 혹은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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