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이퍼 Aug 21. 2020

Ep.9 서브웨이 첫 주문


하루 종일 이력서를 돌리고 난 후 집으로 돌아와 바로 곯아떨어졌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온라인으로 구인 구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력서를 들고 시티 주변 펍 / 레스토랑을 돌아다녔다. 

가끔 이력서를 돌리다가 매니저의 눈에 띄어서 바로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속으로는 올게 왔구나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면접이 이루어지면 절반 이상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듣지 못해 기회를 날리는 경우도 많았다.  


어디선가 그리운 향이 나서 거실로 나가보니 하우스 메이트가 미역국을 만들고 있었다. 내일 점심으로 미역국을 만들어 먹는다고 하는데 너무나도 부러웠다. 나도 무언가 만들어 먹고 싶었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전까지는 돈을 아끼고자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다 보니 요리할만한 식재료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집 근처 서브웨이로 향했다. 한국에서 서브웨이 주문하는 것이 너무 복잡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배고파서 그런지 인터넷에 몇 번 검색해 보고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앞에 사람들이 어떻게 주문하는지 확인 후 따라 주문하려고 했지만 인도 특유의 영어 악센트 때문에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갑자기  서브웨이 주문 방법에 대해서 제대로 찾아보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었다. 카운터 앞에 다가서자 아무 말도 못 하고 눈만 껌뻑껌뻑하는 나를 보고 그 직원이 주문할 것이냐며 다그치기 시작했다. 

분명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카운터를 바라보았다. 뒤에 사람이라도 있었으면 먼저 주문하라고 이야기했을 텐데 하필이면 내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거울은 보지 않았지만 얼굴은 새빨개 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 실은 호주 와서 서브웨이 주문을 처음 해보는 거야, 배는 고픈데 뭘 주문해야 할지 모르겠어 "

용기 내서 한마디 건네었더니 직원은 갑자기 웃기 시작하더니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보았다. 한국에서 왔다고 이야기하니 본인은 한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BTS, 블랙핑크는 안다고 했다. 블랙핑크 그룹 중 제니를 가장 좋아한다며 밝게 웃는 직원의 모습을 보며 갑자기 블랙핑크 걸그룹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활동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샌드위치는 직원이 추천해주는 것을 대부분 넣었다. 긴장이 풀렸는지 대화하는데도 한층 수월해졌다. 

양파?, 당근?, 양배추? 등 토핑을 넣을 것인지 계속 물어볼 때마다 yes yes 이랬더니 나중에 결제할 때는 yes 뒤에 please를 붙이면 더 좋다고 이야기까지 해주었다. 주문을 끝내고 샌드위치를 받고 밖으로 나오는데 진이 다 빠졌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갑자기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간단한 메뉴 주문도 버거운데 실전에 투입돼서 일을 할 경우 손님이 주문을 했을 때 못 알아듣는다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다. 서브웨이 덕분에 영어공부에 대한 목표가 생겼다.  작심삼일 일지언정 실행력은 빠르게 집으로 돌아와 샌드위치를 먹으며 영어 공부를 했다. 




Subway - 201 Spencer St, Melbourne VIC 3000



작가의 이전글 Ep.8 셰어하우스 인스펙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