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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Aug 22. 2020

Ep.10 바버샵 첫 방문


이력서를 돌리기 위해 나갈 채비를 하는데 거울을 보니 머리가 너무 덥수룩하다.  머리 자른 지 별로 되지 않은 것 어느새 이렇게 자란 걸까? 이럴 때만큼은 머리가 늦게 자랐으면 좋겠다.  평소에 머리 스타일에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닌데, 혹시나 지저분한 머리 때문에 인터뷰 첫인상이 좋지 않을까 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미용실을 가기로 했다. 


한국에서 힘도 못쓰는 구글맵이 해외에서 이렇게 유용할 줄 몰랐다. 구글맵에 미용실이라고 검색하니 내 주변으로 가까운 미용실이 검색되었다. 그중 바버샵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전화로 예약할까도 생각했지만 못 알아들을까 봐 직접 미용실로 갔다. 



매장은 생각보다 클래식한 분위기였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5분 정도 대기 후 머리를 자를 수 있었다. 신기했던 점은 직원 중 한 명이 마실 것을 권하는데  대부분 술이 있었다. 직원들 말로는 바버샵에서 술 판매는 안되지만 고객 접대용으로 술을 구비할 수 있다고 했다.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것이 부담스러워 극구 사양했지만 한번 마셔보고 싶었다.  


-


" 어떻게 자르고 싶니? "


미용실에 가면 이 말이 항상 나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가끔 미용실에 가면 내가 원하는 것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 너무나 답답했는데 이제 언어의 장벽까지 생기니 망연자실이었다.  아마 상대방도 내가 못 알아 들어서 똑같이 느낄 것이라 생각되지만 내가 손님이기 때문에 계속 귀 기울여 주는 것 같았다. 몇 번의 대화 끝에 바버가 추천해주는 스타일로 도전하기로 했다.


한국이었으면 디자이너 선생님이 머리 자르면서 대화를 이어가는데, 호주에서는 그런 게 없었다. 조용한 정적 끝에 자른 머리는 너무나 깔끔했다. 특히 옆머리 페이드가 너무나 신기했다. 미술시간, 스케치북에 4B연필로 1 ~10까지 명암 그리는 연습을 한 적 있는데, 구레나룻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미세하게 그러데이션 되는 머리카락이 미술시간에 했던 명암 그리기와 흡사한 것 같았다. 


시크한 바버는 머리가 끝났다며 어떠냐는 말과 함께 왁스를 발라주고 다른 사람을 자르러 홀연히 떠났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이 너무나 어색했다. 머리는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지만 옆머리를 면도기로 민 것처럼 뽀송뽀송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인터뷰 보고 잘되면 앞으로 이 형한테 가서 잘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커트 가격이 $50불 인 것을 알고 나서 일 구하기 전까지는 자주 찾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

 



도클랜드 바버샵 - The Barber Club | Mens Hairdresser Dock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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