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이퍼 Aug 22. 2020

Ep.11 아시안 마트

아침마다 하우스 메이트가 요리를 한다.  그 덕분에 그녀의 아침 일정에 맞춰서 나도 모르게 일어나게 되는 것 같다. 침대에 누워있어도 어떤 요리를 하는지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그리운 냄새가 난다.


퇴사하고 난 후 영어 공부 및 자기 계발을 위해 도서관을 다녔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 귀가하다 보니 점심은 항상 근처에서 해결했다. 처음에는 도시락을 싸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에는 컵라면으로 해결했다.


도서관 근처 백반집은 우연히 알게 되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 몇 시간 안 가 항상 배가 고파졌다. 그럴 때마다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었다. 그날은 유독 삼각김밥이 물려서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가던 중 회사원 무리가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들의 행동을 보아 밥을 먹고 나오는 것 같아 그들이 나온 방향으로 가보니 지하에 백반집에 숨어있었다.  


' 숨은 맛집을 본인들만 알고 있다니..!'


그 후 호주에 오기 전까지 도서관에 가면 그 백반집을 갔다. 값도 저렴하고 매일 새로운 밑반찬이 나와 점심 먹는 재미도 있었는데 지금은 냉장고를 열어보면 반값 할인할 때 샀던 베이컨, 식빵 계란이 전부였다.

' 한국에 있을 때 백반집 더 다녀올걸..'

그래서 하우스 메이트가 요리를 하면 그 백반 집이 생각난다.



오늘도 식빵과 베이컨으로 끼니를 때우려는데 하우스 메이트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미역국을 나눠주었다. 덕분에 아침은 든든하게 먹었다. 종종 얻어먹기만 하다 보니 이번에는 뭔가 보답을 해야 할 것 같아 내가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찾아보았다.  얼큰하고, 짭조름한 요리를 좋아하다 보니 대부분 간장,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요리였기에  한인 마트를 가야 했다.


집에서 한인 마트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혹시나 근처에 가까운 한인 마트가 있는지 하우스 메이트한테 물어보니 꼭 한인 마트를 가야 하냐고 반문한다.


' 한국 소스나 식자재도 아시안 마트에 판매하니까 한번 가보세요 '


하우스 메이트가 알려주기 전까지 아시안 마트는 중국 식품들만 취급하는 줄 알았다. 마침 집 근처 아시안 마트가 있어서 산책 겸 다녀오기로 했다.   유리문에 중국어로 무언가 적혀있는데 아무리 봐도 중국 식품만 판매할 것 같이 생겼다.


하지만 내부에 들어가자 이내 생각이 바로 바뀌었다. 취급하는 상품들은 하우스 메이트가 말한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아시안 상품들이 있었다. 고추장, 된장, 쌈장, 간장 등 기본적인 소스부터 김치, 만두, 김밥 속재료 등 다양한 밑재료도 팔았다.  

오랜만에 보는 한국 식자재에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바위 나를 가득 채웠다. 한인 마트가 생각보다 멀다 보니 한번 물건을 사고 오면 팔이 빠질 것만 같았다. 하우스 메이트 덕분에 먼 걸음 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나 좋았다.

  


양손 가득히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요리를 먹고 미각이 잃는 일이 없도록 한동안 백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Ep.10 바버샵 첫 방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