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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Aug 21. 2020

Ep.8 셰어하우스 인스펙션

한국에서 우연히 기회가 되어 이태원에 있는 외국인 셰어 하우스에 잠시 머물던 적이 있었다.  외국인 셰어 하우스에서 살던 분이 갑자기 귀국하게 되면서 그분을 대신해 남은 기간 거주할 사람을 찾고 있었다. 계약기간은 2달 정도 남았었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에 아무 생각 없이 덥석 제안을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서먹 서먹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집에서 삼겹살과 소주를 마실 정도로 친해졌다. 대부분 주말마다 파티를 열어 새로운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그때마다 한국인 친구들을 불러 집이 꽉 찰 정도로 대환장 파티를 한적도 있었다. 그때의 좋은 기억들 때문이었을까? 호주에 가면 다시 한번 셰어 하우스에 살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했던 나에게 외국인 하우스를 구하기는 너무나 어려웠다. 검트리, 플랏 메이트 등 외국인 셰어하우스 웹사이트에서 셰어 할 집을 찾아 연락하면  이미 셰어 생을 구했는데 글을 내리지 않은 곳들이 많았다. 우연히 기회가 되어 인스펙션을 마치면 집주인과 차 한잔 마시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같이 어필을 한 후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기다림 끝에 연락을 하면 이미 인스펙션을 보기로 한 사람들이 있어서 이 사람들을 전부 보고 난 후 답변을 주겠다고만 들었다. 



 숙소를 비워야 할 기간이 다가와 뒤늦게 한인 셰어하우스도 같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인 셰어 하우스는 집주인과 연락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외국인 셰어하우스를 찾는 것보다 몇 배는 빨리 일이 진행되었다.  인스펙션 절차도 까다롭지 않았고 바로 입주가 가능한 곳들이 많았기에 선택의 폭이 넓었다. 남반구에서도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호주 오기 전  셰어하우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대부분 호주에 갔으니 외국인 셰어를 해야 한다는 의견과 워홀 초반에 아무런 정보가 없기 때문에 한인 셰어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두 의견 모두 맞는 내용이지만 전자의 의견에 동의했었다.  영어를 목표로 호주에 왔기 때문에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기에는 외국인 셰어가 좋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집을 구하지 못하면 집 밖에서 자야 할 판국인데 한인, 외국인 셰어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셰어 할 때 집에 거주하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집 같은 경우 마스터룸 2명, 거실 2명, 세컨 룸 2명 총 6명 살았고 화장실은 4명이 같이 써야


인스펙션을 하면서 알게 된 점은 대부분 한집에 4 ~ 5명이 사는 집들이 많았다. 멜버른의 높은 렌트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집주인은 셰어 생을 받아 렌트 비용을 절감하고 셰어 생은 일반 숙소보다 저렴하게 지낼 수 있어 서로 윈윈 하는 거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점을 이용하여 렌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소위 닭장 셰어라고 불리는 곳으로 한 집에 수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초과하여  사람을 구하는 곳들이었다. 

유튜브 닭장 셰어에 대한 영상을 보면 방 2개 화장실 2개가 있는 집에 10~12명이 살고 있는 영상을 본적 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실제로 닭장 셰어를 보니 숨이 탁 막혔다. 

 


인스펙션을 몇 번 다니다 보니 나만의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닭장 셰어,  혼성으로 사는 집, 발코니가 없는 집, 거실에 2인 이상 사는 집은 피하기로 했다 물론 한국이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맞는 집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기준이 생기다 보니 집을 보는데 한결 수훨해 졌다. 



퇴실하기 하루 전날 한인 셰어 마지막 인스펙션을 마치고 가까스로 마음에 드는 셰어하우스를 발견해 그 집으로 입주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외국인 셰어를 구하는 곳에서는 연락 한통도 없었다.  만약 외국인 셰어만 고집했다면 길바닥에서 잘 수도 있던 상황이었다. 


 덕분에 한 가지 배웠다. 호주에 있는 동안 한 가지를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방면으로 시야를 넓혀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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