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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Oct 18. 2021

첫 수업

1학기 일곱번째 이야기

수업 첫날이라 긴장했는지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다. 수업 시작 1분 전에 몰려오는 건 국 룰인가 보다.  9시 수업 시작인데 8시 59분이 되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자리 선정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 뒷자리는 칠판과 거리가 있어서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할 것 같고 맨 앞자리는 부담스러웠다.  가운데 자리는 이미 다 차있어서 결국 앞자리 중에서 칠판과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정각이 시작됨과 동시에 선생님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출석 체크를 한다며 학생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눈인사를 하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오리엔테이션 당시 진행을 하시던 분이 담당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그분은 학교를 총괄 담당하시는 분이고 내 이름을 부르는 인도 선생님이 앞으로 일 년 동안 담당하게 될 분이었다.  


선생님 억양을 듣자마자 손에 땀이 났다. 호주에서 처음 은행 계좌를 만들 당시 인도 직원이 도와주었는데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직원이 화낸 적이 있었다. 이 일 이외에도 몇 번 인도 분들과 부딪히면서 인도 억양만 들리면 나도 모르게 신경이 곤두섰다.  


예감은 적중했다. 수업시간 선생님이 무엇을 설명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영어권 국가 친구들은 별문제 없이 수업을 듣는데 아시아권 친구들은 낯빛이 어두웠다. 특유의 혀를 차는 발음과 R 발음이 섞여서 가끔 상대방이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첫 번째 수업은 호주 세법 및 회계장부를 기입하는 법을 배웠다. 대차대조표 작성법, 시산표 보는 법 등 한국어로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영어로 수업을 들으니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선생님이 말하면 소음처럼 들렸다. 


옆 친구가 핸드폰으로 음성 녹음을 하길래 따라서 녹음했는데 별 소용이 없었다. 다시 들어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영어권 국가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친구도 억양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수업 시간에 받은 유인물 단어 하나하나 뜻을 찾아 적었다. 


숙제는 왜 이렇게 많이 내주신 건지 울고 싶다.  졸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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