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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Aug 23. 2020

Ep.13 인터뷰

알람도 울리기 전 그 짧은 핸드폰 문자 진동 소리에 일어났다. 인터뷰가 잡혔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이력서를 챙겨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력서를 쥐고 있는 손을 보고 하우스 메이트도 이제는 아침부터 어딜 나가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계속 물어보면 스트레스받을까 봐 배려해준 것 같았다. 



트램을 타고 플린더스 역 근처 디그레이브스 (Degraves St)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멜버른은 골목골목 카페 거리가 잘 형성되어있는데 이 거리는 그중 한 곳이다.  이 골목길은 예전에 직장 동기들과 프랑스 연수를 다녀왔을 때 추억을 상기시키는 공간이었다.  동기들과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단독행동은 꿈도 꿀 수도 없었다. 

파리 투어를 하면서 신기했던 점은 아침 일찍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한 풍경이기에 너무나 생소했었다.  아침은 일정 때문에 움직일 수 없어서 저녁에 몰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지만 하루하루 일정이 너무 힘들어서 다음을 기약하고 한국에 돌아갈 때까지 브런치나 디너를 먹지 못했다.



2017 France - Paris  Brunch Cafe / Resturant




이전에 파리에서 가지 못했던 브런치 가게 때문이었을까?  이 골목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는데 인터뷰가 잡혔다니 이번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인터뷰를 보러 왔다고 이야기하자 어디선가 매니저가 나타났다. 가게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인터뷰를 시작하는데 이 사람이 영어를 쓰는 건가 내 귀를 의심했다. 

호주에서 인도 억양이 가장 듣기 힘든 줄 알았는데 이탈리안 억양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특유의 혀를 차는 발음은 단 한 개도 이해하지 못했다. 


인터뷰 도중 가장 많이 한 대답은  " Pardon? "이었다.  매니저도 답답했는지 본인도 영어를 사용하면서 다른 아시안 직원에게 영어로 이야기해줄 수 있냐고 이야기했다.  지금 일하는 직원이 세컨드 비자 때문에 농장으로 떠나게 되어서 대신 일해줄 사람을 구한다고 했다. 근무시간은 비교적 길지 않았지만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직원을 선호한다고 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끝나려면 아직 한참 남았기에 장기간 근무가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하여 이야기했다.  다행히 영어를 영어로 통역 해준 직원 덕분에 면접은 잘 끝났지만  그들의 표정을 보고서 이곳에서 일하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근처 가게 미용실에서 인턴을 뽑는다는 구인 공고 글을 보고 나서 이력서를 전해주고 간단한 인터뷰를 보고 나오는데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미국식 억양을 듣고 이것이 영어의 전부인 것처럼 알고 지내다 보니 다른 나라 억양을 듣자마자 영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처럼 들렸다. 결국 이 두 군데 모두 연락을 받지 못했다. 





Degraves St Melbourne VIC 3000 - near by Flinders Street Railway Station





 호주에 가면 새로운 분야의 일을 도전하고 꼭 오지 매장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문인지 도착하자마자 외국인이 운영하는 펍, 카페를 중점으로 이력서를 돌리기 시작했었다. 멜버른에 있는 수많은 레스토랑 중 한 곳은 내게 자리가 있을 줄 알았다. 



젊음의 패기, 열정으로는 언어의 장벽을 허물기에는 크나큰 벽이었고 영어가 모국어인 서구권 친구들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오기 때문에 그들과 경쟁하려면 언어적인 부분에서 큰 문제가 없어야 했다. 

또한 호주도 경력자 위주로 사람을 구하기 때문에 관련 직종에 근무한 이력이 없다면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영어 못하는 사람이 오지 잡을 구해 주에 1000불 이상 세이빙을 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온라인 후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내가 본 워킹홀리데이 후기들과 실제는 차원이 달랐다. 


현실은 냉혹했다. 반대로 생각해서 한국에 일하러 온 외국인이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일하고 싶다고 일자리 달라고 하면 선뜻 누가 일할수 있는 기회를 줄까? 



이력서를 계속해서 돌리다 보니 나 자신과 스스로 타협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이번 면접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고 오 지잡만을 선호하던 나의 고집이 바뀌게 되었다. 오지 잡은 나중에 영어 공부를 조금 더 해서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우선 한인 잡을 구하기로 했다. 

한인 잡의 가장 큰 장점은 영어가 아닌 모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부분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서인지 한인 잡을 구하기로 마음먹은 후 그다음 날 면접 후 바로 취직이 되었다. 


' 참 부질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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