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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Aug 24. 2020

Ep. 14 멜버른 축제 뭄바 페스티벌

귀차니즘 때문에  온라인 검색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정보 통 없는 나조차 알 정도면 뭄바 페스티벌이 멜버른에서 가장 큰 행사가 맞나 보다.  역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행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벌써부터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우중충 했지만 멜버른에서 가장 큰 행사라고 하니 참여해야 할 것만 같았다. 마침 페스티벌 근처에서 이력서를 돌리고 있던 친구와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드디어 케리어 속에 잠들고 있던 옷들을 꺼내었다. 한동안 나의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일자리 구하기에 매진했다. 하루 종일 밖을 돌아다니다 보니 활동성이 편한 옷들을 위주로 입어야 다음 날 덜 피곤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가져온 옷들을 그대로 케리어에 보관했다. 오랜만에 거울 앞에 서서 옷매무새를 확인하는 내 모습이 너무나 어색했다.


플린더스 역 맞은편 패드 레이션 광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인파가 일제히 한 곳으로 향했다. 누가 봐도 저곳이 뭄바 페스티벌 장소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ederation Square - Swanston St & Flinders St, Melbourne VIC 3000



뭄바 페스테벌 장소에 도착하자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오랜만에 듣는 환호 소리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소리를 따라 장소를 이동하니 우스꽝스러운 코스튬을 입고 야라강에 입수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은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야라강에 돌진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나는 영문도 모른 채 같이 환호성을 몇 번 질렀다.  멜버른 사람들은 웃음이 많은가 보다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은 Bridman이라고 한다. 관광객이 직접 제작한 코스튬을 입고 야라강에 뛰어들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이를 통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을 마련한다고 한다.

재미를 위해 야라강으로 뛰어드는 줄 알았더니 자선행사였다니, 축제의 흥을 돋으면서 기부금도 마련하고 일석이조인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매년 자신의 신기록을 넘기기 위해 Birdman에 출전하는 백인 아저씨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도전은 본인이 도전했던 이력 중  최단 시간 지상에 머물고 야라강으로 입수해 일 년의 성과가 물거품이 된 사람이었다. 물론 결과는 본인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지만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저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 든다.   







한참 Birdman을 구경 중 이력서를 돌리던 친구가 도착했다. 양손으로 이력서를 들고 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반갑기도 하면서 안쓰러웠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도착한 동갑내기 친구인데, 주변에 알게 되었던 사람들은 다 취직하고 우리 둘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알고 지낸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비슷한 처지에 놓여서 마음이 잘 통했다.

고민거리를 이야기하면 경청하여 듣고 본인의 의견을 잘 이야기해주고 나 또한 그렇게 했다. 힘들 때 서로에게   

의지한 터라 누구보다도 이 친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의 근황을 묻는 친구의 대답에 솔직하게 말을 하지 못했다. 일자리를 구했다고 말하면 친구의 사기가 꺾일 것만 같았다.


우리는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놀이 기구를 탔다. 대학생 새내기 때 이후로 놀이기구를 타본 적이 없어서 직원이 안전 장비를 체크하는 동안 혹시나 기계가 날아가지 않을까, 선이 끊어지지 않을까 등등 오만 상상을 다했다.  생각보다 놀이기구는 재미있었다. 위에서 바라본 뭄바 페스티벌 전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기구를 타고난 후,  페스티벌 장소를 한 바퀴 돌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하였다. 대부분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오는 사람들의 생각이 비슷한가 보다. 친구 또한 오 지잡에서 근무하기 위해 오 지잡 위주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고 이번 달까지 구하지 못한다면 농장으로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 후 세컨드 비자를 취득 후 세컨드 비자를 취득하면 한국으로 들어가 잠시 쉬었다가 취업 준비를 하고 만약 잘 되지 않는다면 호주에 다시 올 예정이라고 한다.  


계획을 듣는 순간 잡을 이 친구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착잡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하지만 한 달은 너무 빠른 것 같았다. 해줄 수 있는 건 옆에 있어주는 것 이기에 가끔 시간이 맞을 때 레쥬메 돌리러 갈 때 동행해주기로 했다.  








은행 계좌 오픈, 핸드폰 개통, 숙소 구하기, 인터뷰 준비, 잡 구하기 등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 같은데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게임 튜토리얼 진행하듯 하나를 클리어하면 또 다른 과제들이 준비되어있었는데 마지막 과제인 잡 구하기까지 다 끝났다.  

그렇기에 페스티벌의 묘미는 역시 푸드 트럭! 가격은 비싸지만 지난날의 보상으로 생각하고 오늘만큼은 시원하게 돈을 썼다.   

야라강에 앉아서 햄버거를 먹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호주에서는 여유를 가지면서도 한국에서 시간 보냈던 것처럼 일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양한 것들을 보고 느끼고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한국에서 못했던 것들을 다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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