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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Aug 24. 2020

Ep15. 첫 출근

인턴 생활을 할 때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즐겨봤다. 매년 엄청난 실업률을 자랑했지만 그 어려움을 뚫고 면접에 붙었을 때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취직한다면 모든 게 술술 풀릴 줄 알았으나 그것은 사회 초년생의 허상에 불과했다. 출근하고 며칠 되지 않아 곧 퇴사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 바로 '라는 애칭을  약 2년간 불리며 매 순간이 시험이었다.  

 하지만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 장그래 '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었다. 비록 분야는 달랐지만, 드라마 속의 사회생활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하면서 미생 드라마 중  "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라는 장면이 계속 생각났다.   


퇴사하는 날, 약 3년간 일했던 곳에서 나는 이제 남이 되었다.  소속감에서 받았던 안정감 때문이었을까? 마냥 좋을 것 같던 나날들이 며칠 지나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빈자리는 누군가의 기회가 되었을까? 동기들은 나날이 승진하고 있을 때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나 자신을 볼 때마다 정체되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다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이제야 드라마에서 오 과장 옛 선배가 오 과장에게 하는 말이 피부에 와 닿았다.  내가 잘할 수 있었던 필드, 다시 전쟁터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때문인지 매번 힘들 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드디어 첫 출근 날,  근처 벤치에 앉아 들뜬 마음과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켰다.  방금 전까지 조용했던 거리는 신호등 소리에 맞춰 약속이라도 한 듯 시끌벅적 해졌다.    


다시 저 수많은 인파 속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매장 도착 후 같이 일하게 될 동료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짐을 풀었다.  작지만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이 너무 기분이 좋았다.  첫날은  청소와 기본적인 인수인계로 시작했다.  어떤 포지션으로 일하게 될 것인지 매장 안에 도구들의 위치, 가격, 접객 멘트 등 인수인계를 받았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손님과 의사소통하는 부분이었다. 첫 출근, 첫 손님을 받고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자주 사용할 것 같은 단어와 문장을 정리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암기했지만 실전에 투입되었을 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한동안 주변 동료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본인 일 하기 바빠 죽겠는데 시간 쪼개서 동시통역을 해주는 직장동료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영어공부의 탄력을 받았다. 


이때 도움을 많이 주었던 동료를 보면서 미생 드라마에서 러시아어를 못하는 장그래를 도와주는 안영미 사원이 생각났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호주에 있는 동안 남에게 피해 주지 않을 만큼 영어실력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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