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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Aug 25. 2020

EP.16 감기  

멜버른과 한국의 겨울을 굳이 비교하자면, 

한국의 겨울은 추워서 저절로 욕이 나올 정도이지만 멜버른의 겨울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 대신 하루에 사계절이 있다고 할 정도로 멜버른의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방 안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히터 밖에 없지만 셰어하우스에 거주하는 경우 화재 위험과 전기세 때문에 히터를 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때문에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옷을 껴입는 방법밖에 없었다.  특히 비바람이 부는 날에는 외부보다 내부가 더 춥기 때문에 감기 걸리기 쉬웠다.  이럴 때만큼은 한국식 온돌이 너무나 그리웠다. 



near by 894-910 Collins St, Docklands VIC 3008 ( Buluk Park )  멜버른의 겨울 날씨는 대부분 흐리고 비바람이 부는 경우가 많다.



출근 준비를 하는데 몸이 으슬으슬거리면서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몇 시간 지났을까? 불안한 마음은 적중했다. 갑자기 두통이 심해지더니 몇 분 안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직장 동료분이 준 감기약 덕분에 한차례 고비는 넘겼지만 이내 다시 약효과가 떨어지면서 상태는 가면 갈수록 악화되었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시급제였고 통장 잔고가 얼마 남아있지 않았기에 버틸 수 있을 만큼 악을 쓰고 버텼다.  


비 내린 직 후여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추웠다.  어머니가 찬바람 불면 뼈가 시리다고 한 느낌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바람이 살깥을 스칠 때마다 찬바람이 뼈까지 관통하는 느낌이었다.  해마다 이런 시린 느낌을 받는다니 다음번에 돈 모아서 호주 양털 이불 하나 보내드려야겠다.

 

직장 동료가 걱정되었는지 약을 주며 쉐어하우스에서 히터를 못 틀게 하면 빅 더블유에 가서 전기장판을 사용하라고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전기장판 가격이 저렴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전기장판을 감싸안은채 집으로 귀가했다.  아픈 와중에도 배가 고픈지 부모님이 해주시던 뜨끈한 소고기 뭇국이 그리워졌다.






 집 도착 후   따뜻한 물로 샤워하니 녹아 사라질 것만 같았다. 아껴두었던 레토르트 설렁탕을 먹고 전기장판을 설치하려고 하는데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어이없었다. 분명 빅 더블유에서 싱글 배드 전기장판 판매하는 부스에서  샀는데 집에 돌아와서 확인하니 퀸 사이즈 전용 장판이었다. 누군가가 싱글 사이즈 섹션에 퀸 사이즈를 두고 간 것을 내가 구매했나 보다. 구매하기 전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는데 경황이 없었다.  전기장판에 하루 종일 몸 지질 생각에 행복했는데 갑자기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생각 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가져온 종합감기약을 먹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하루를 지새웠다. 그래도 한국에서 가져온 상비약 때문에 빠르게 호전된 것 같았다. 




 

타지에서 아파보니 건강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한동안 돈을 아낀다고 부실하게 먹었더니 면역력이 약해져서 평소에 잘 걸리지도 않던 감기를 걸리게 된 것 같다. 

워킹홀리데이 후기를 쓴 사람들의 글을 보면 초반에 돈아 낀다고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먹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돈을 아끼기 위해 제일 먼저 한 행동이 먹는 것을 줄이는 것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지만 먹는 것을 줄여서 얼마나 모을 것이며 한번 아프면 저축했던 돈을 병원비로 지출하게 되는데 그 돈이 그 돈이라 생각된다.  

그 덕분에 요즘은 과소비하지 않는 선에서 먹는 건 아끼지 않는 편으로 바뀌었다.  먹는 것 마저 통제한다면 이 타지에서 무슨 재미로 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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