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이퍼 Oct 18. 2021

마찰

3학기 2

새로운 선생님의 수업 방식 이전 선생님 방식과 너무 달랐다. 이전 선생님은 무인도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본인이 스스로 터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면 이번 선생님은 노래를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분이었다. 


이 전 선생님과의 수업은 전쟁이었다. 선생님이 정해놓은 답은 잇지만 절대로 먼저 대답하지 않았다.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생각해보면 이 수업 방식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틀리면 틀렸다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계속 되물어서 여럿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Tell me'였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다면 말해봐, 틀려도 괜찮아 말해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말해봐. 

한동안 텔미 노이로제에 걸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물음표를 던져 답을 유추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그만큼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에 비해 새로운 선생님은 교과서를 주야장천 읽는 분이었다. 수업시간에 웬만해서 조는 편이 아닌데 수업만 들으면 누가 머리 위에서 졸음을 한 바가지 뿌린 듯했다. 이런 수업이 몇 주 지속되자 학생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교과서를 그냥 읽기만 할 거면 왜 수업하려 왔냐고 차라리 집에서 맘 편히 읽으면 되지 수업의 질이 너무 떨어졌다고 리셉션에 불만을 토로했다. 자연스레 출석체크만 하고 사라지는 추노들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드디어 일이 터졌다. 수업 중 화를 참지 못하고 한 학생이 수업 중 선생님께 불만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정말 피 튀기는 신경전이었다.  효과적인 수업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사람마다 가르치는 스타일이 다르고 본인이 가르치는 스타일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받아쳤다.

교과서만 읽으면 집에서 할 텐데 수업에 이해될 수 있도록 부연설명을 요구 하자 선생님은 심도 깊은 수업을 하고 싶으면 대학교를 가지 왜 대학에 왔냐며 무엇을 바라냐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 그 발언은 교실에 있는 친구들에게 실례되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화가 난 친구는 급기야  리셉션에 가서 저 선생님과 수업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반을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1차전이 끝나고 쉬는 시간 학생 절반이 집에 가고 나서 선생님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했는지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어떤 불만이 있는지 차례대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번 시간을 통해 호주에서 평등과 권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선생님에게 수업 방식에 불만이 있다는 것을 한 번도 이야기하는 친구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은 달랐다.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어떤 수업을 받고 싶은지 선생님께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다가 종이에 열심히 무언가를 적었다.  수업이 다 끝나고 친구들에게 괜찮겠지라며 걱정하듯 이야기했는데 친구는 오히려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학교에 돈을 냈고 학생으로서 배워야 할 의무가 있는데 선생님이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제대로 된 교육을 듣지 못한다면 수업을 들을 의미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다. 

1년에 대략 500~600만 원을 내는데 친구의 말에 공감했다. 갑자기 돈 이야기하니 뒤늦게 하지 못한 말들이 생각났다. 


다음날 친구들은 언제 논쟁을 했냐는 듯 선생님과 웃으면서 수업하고 선생님도 학생들에게 별다른 편견 없이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변하기 어렵지만 조금씩 부연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는 선생님의 노력을 보고 학생들도 별말 없이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한국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는데..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점은  참 배우고 싶었다. 



작가의 이전글 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