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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Oct 18. 2021

더 있어도 될까요?

3학기 - 12 

세 번째 학기가 끝을 보인다. 이제 앞으로 한 학기만 더 하면 졸업인데 벌써 떠난다고 생각하니 아쉬워진다.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끝날 무렵 호주에 남아있을지 한국으로 귀국할지 고민할 때가 엊그제 인 것 같은데 다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호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졸업하고 떠나겠다던 굳은 결심이 물러지고 있다. 도박에 중독된 것처럼 조금만 더를 외치며 학생비자를 연장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언어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곳에서 왜 이렇게 흔들리는 걸까? 


가장 큰 장점은 워라벨이었다. 일과 일상이 분리되어 있어 퇴근하면 그 시간은 오로지 나를 위해 쓸 수 있었다. 정시에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다는 게 그게 무슨 큰 장점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시간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어마어마하다. 


출근 시간 9시, 퇴근시간 8시, 눈치 보는 시간 30분, 일찍 간다고 세상 좋아졌다며 하소연 30분이면 총 12시간을 회사에서 시간을 보냈다. 30분으로 계산하면 한 달에 15시간, 1시간이면 30시간이다. 이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다면 덜 억울하지만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때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호주에서 초과 근무하는 경우 업체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10 ~ 15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어 지급하기 때문에 근무를 해도 손해 본다는 느낌이 덜했다.  


일이 끝나면 제2의 삶이 시작됐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카페를 투어 하거나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해 평소에 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했다. 여유가 생기니 하고 싶었던 일들을 차근차근해나갔다. 

그중 가장 보람찼던 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였다.


한국에서 회사 생활할 때부터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쉽사리 도전할 수가 없었다. 퇴근하면 피곤에 찌들어 잠들기 바빴고 출근하면 기계처럼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만 할 수밖에 없는 일들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를 묶어서 책으로 만들었을 땐 스스로 무언가 끝맺을 수 있었던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어쩌면 한국에 있었다면 글을 써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 같다. 호주에 머문다는 건 도피가 아닌 발전을 위함이었다. 


 어차피 한국으로 귀국해야 한다면 일 년쯤 호주에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나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았는데 즐기지도 못하고 귀국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해외여행 한번 떠나면 계속 떠나고 싶어 진다는데 이런 이유 때문인가 보다.  


떠나야 하는 이유를 찾을 때마다 더 있고 싶어진다

아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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