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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Oct 18. 2021

차이니즈뉴이어 vs  루나뉴이어

4학기 4

설날이 다가온다. 이맘때쯤이면 동네에 남아있는 친구들과 모여서 밤새도록 놀았는데 이번엔 그러지 못한 게 너무나 아쉬웠다. 해외에 있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함이 주는 안정감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다.


아시아 문화권 친구들은 설날을 챙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대부분 중국 학생들이 이 기간 중국으로 돌아간다며 들떠있었다. 수업이 다 끝나갈 때쯤 간단한 티타임을 가졌다. 2주 뒤면 4학기가 끝인데 그 기간에도 돌아오지 않는 친구들을 배려하여 미리 작별인사를 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  우리 쪽으로 다가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오늘 수업은 어땠는지,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다. 이 선생님은 다 좋은데 항상 마무리가 좋지 않다. 지난번

심도 깊은 수업을 하고 싶으면 대학교를 가지 왜 대학에 왔냐며 무엇을 바라냐며 망언을 하더니 이번에는 차이니즈 뉴 이어였다.


차이니즈 뉴 이어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중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줄 알았는데 한 명씩 콕 집어서 대답을 듣고 싶어 했다. 장난치며 나는 코리안인데 라고 이야기했더니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보는데 어디서 눈치 없다는 소리 안 들어봤나?


앞에서는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내심 마음속으로는 차이니즈 뉴 이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호주에 중국인 이민자가 많은 건 사실이다. 대도시 어딜 가도 차이나 타운이 있고 번화가는 중국어로 된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호주에 거주하고 있는 아시안이 중국만 있는 게 아닌데 그들을 기준으로 동양 문화를 정의하는 게 옳지 않다.


가뜩이나 한복을 중국 명나라 때 입었던 전통의상이고 김치는 중국 채소 절임인 파오차이에서 유래되었다며 한국이 역사왜곡을 한다며 역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차이니즈 뉴 이어라는 단어를 듣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가 끝이 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갈 때쯤 선생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한 나라를 지칭해 기념일을 이야기하는 건 다른 아시아권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다음부터는 루나 뉴 이어로 이야기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선생님은 기분이 나빴다면 미안했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도 이야기하셨다.


번화가를 돌아다니면 아직까지도 관공서에서 차이니즈 뉴 이어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볼 수 있다. 본인들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홍보하는 건 좋지만 그게 오직 중국 문화인 것처럼 포장해서 소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생님한테 불편함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졸업하고서도 찝찝한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을 마주하면 당당하게 이야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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