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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Nov 12. 2021

잘 가

잘 가

결혼식장에서 널 마주하는 순간 

친구가 결혼하는 것 때문인지

너를 보게 돼서 인지 마음이 심란했어.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데 눈길을 피할 수 가없더라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네가 인사하는 건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너는 여전히 빛이 나더라 

어디선가 네가 나를 보고 있을 것 같아서 

웃을 때도 입을 너무 크게 벌리지 않는지 신경 쓰며 웃게 되더라


식장을 떠날 때쯤 혹시나 마주치지 않을까 서성였는데 

땀 흘리며 찾아온 널 보고 

거울이라도 한번 더 쳐다볼걸 그러지 않은 게 후회했어


오랜만에 마주 보고 커피 한잔 마시는데 예전 생각나더라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왜 커피를 마시자고 했을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겉으로는 차분한척했지만 머릿속은 터질 것 같더라. 

잘 지냈냐며 쑥스럽게 인사하는 너를 보면 우리가 처음 사귀던 날이 생각나

그때도 부끄러워서 눈도 못 마주쳤는데 


오랜만에 울고 웃으며 예전 이야기를 하고 헤어지던 날 

잘 가라는 한마디로 덤덤하게 헤어질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는 게 기분이 묘해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이 헤어짐을 끝으로 우연이 아닌 이상 다시 마주할 일은 없지만 

다시 한번 마주한다면 그땐 내가 먼저 잘 가라 인사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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