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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Aug 26. 2020

EP.18 언어 교환 카페

' 외국인 친구는 어디서 만들 수 있을까요? ' 

하우스 메이트 들과 저녁을 먹으면서 외국인 친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모임, 펍, 클럽 등 다양 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유독 언어 교환 카페가 관심이 쏠렸다.

Meet up이라는 어플을 통해 언어 교환 카페를 참여할 수 있었고 마침 하우스 메이트 중 한 명이 자주 가는 곳이 있다고 해서 동행하기로 했다.  

시간은 오후 5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되어 퇴근하고 모임에 참여해도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약속 당일 ' El  Coco'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어느 정도 사람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입구에 들어가자 깜짝 놀랐다.  도떼기시장이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로 이곳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넘어섰다. 

입구에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눈 후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부위에 해당 국가 스티커를 부착하라고 알려주었다. 

스티커를 받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다양한 국기들을 볼 수 있었다. 

영국, 캐나다, 호주, 한국, 일본, 중국, 태국 등 다양한 인종이 한 곳에 모여 영어로 대화하는데 모든 게 신기했다.  




하우스 메이트 동생 무리를 찾아가 자리를 잡았다.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 잇다 보니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지만 시끄럽다 보니 제대로 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영어를 못해서 가 아니라 듣지 못해서 손짓 발짓으로 자신의 의사소통을 표현하는데 너무나 재밌었다. 특히 같은 아시안 친구들과 대화할 때 영어 실력이 고만고만해서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옆에 있던 영국, 캐나다 친구가 서로의 대화의 끈을 이어주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모로코 남자 2 명이었다.  역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것이 이런 상황인 걸까?  K-pop문화를 사랑하는 영국, 캐나다 출신 친구들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신나게 외쳐대며 나에게 이들의 노래를 알려주었다.  나보다 더 많은 K-pop 가수들을 이야기하며 계속된 질문에 모른다고 답하자 나의 출신을 의심했다.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어디선가 모로코 남자 2명이 나타났다. 옆자리에 앉아 구글 번역기를 켜며 어색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처음에는 어색할까 봐 모든 친구들 새로운 친구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지만 단답만 할 뿐 본인들끼리 핸드폰을 보며 대화하기 바빴다. 


대화를 하다 보니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다음날 오전에 출근을 해야 했기에 친구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하고 자리를 일어서자마자 모로코 남자 2명이 갑자기 영국, 캐나다 친구사이를 두고 앉더니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모로코 남자애는 속사포로 " 너 가면 내가 여기 앉을게, 잘 가"라는 말과 함께 빨리 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집으로 가는 길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다음번 모임 때 다시 영국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황당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내가 가고 난 후  2차로 놀러 갔는데 술을 마시다가 둘이 동시에 사라졌다고 한다. 

' 호주에서 먹튀라니...' 


그 뒤로 몇 번 언어 교환 카페에 방문했지만 결과적으로 헌팅의 장소인 것 같아 저절로 발걸음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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