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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Dec 06. 2021

마음의 상처

요리하다가 손등을 데었다.  화끈거리는 손등을 흐르는 물에 몇 분 두었더니

명확하지 않지만 피부가 붉게 변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진해지자  손등이 얼마나 데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종이에 손을 베여 책을 넘길 때마다 따가운 것처럼 하루 종일 신경 쓰였다.

햇빛이 닿으면 화끈거리고 옷깃의 마찰에도 쓰라렸다.

어떻게든 신경을 덜 쓰기 위해 상처 위에 밴드를 붙여봤지만 기분 나쁜 통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쓰라린 탓에 나도 모르게 상처부위를 계속 만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는 말이 이런 걸까?  

어느 순간 집착처럼 상처를 확인한 게 무색할 만큼 관심이 떨어졌다.

그리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을 때 즈음 짙은 갈색의 흔적밖에 남지 않았다.  


눈에 잘 보이지 않았던 상처가 선명하게 보이자 그 흔적 때문에 다시 통증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땐 데인 곳이 잘 보이지 않아 괜찮을 줄 알았는데 괜찮지 않았다.

그땐 기다리는 게 답인줄 알고 시간이 흐르면 알아서 해결되겠지 생각하고 상처를 그대로 두었다.


사람 마음도 비슷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화가 나거나 짜증 난 일도 어느 정도 수그러들고 시간이 지나면 왜 화가 났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지 않은 마음의 상처가 치료되는 건 아니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시간이 지나도 그 찜찜한 기억은 낙인처럼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조금이라도 내 감정에 충실했다면 마음의 상처가 덧나지 않았을 텐데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라고 상처를 보이지 않게 덮어두었다.

이미 상처는 없어지고 흔적만 남았지만 흔적이 주는 아픔이 마음속을 더 후벼 파는 것 같다.


뒤늦게 약국에서 화상 흉터를 지워준다는 연고를 사서 발랐다.  이미 식어버린 상처지만 차가운 연고가 닿자 남아있던 쓰라림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이미 흉이 져버려서 완벽하게 지울 수는 없지만 꾸준하게 연고를 사용한다면 옅어진다고 한다.


이전에 있었던 아픔들이  모두 없던 일이 될 순 없지만 어르고 달래면 조금씩 나아질 수 있겠지?


시간이 흐르면 해결된다는 말은 모든 걸 치료해주는 만병 통치약이 아니라는 걸,

마음이 무뎌져 아픔을 덜 느끼는 것일 뿐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있다는 걸,

곪아 터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는 마음에 상처가 생기면 흉 지지 않도록

바로 치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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