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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Jan 25. 2022

왜 방에는 에어컨이 없는가!?  

호주 이야기 

남반구의 여름은 한국보다 습하지 않아서 괜찮을 것 같지만 여름은 여름이다. 무더위 속에 어떻게든 버티려고 노력했지만 다른 나라들보다 오존층이 더 뚫려 있어서 그런가 햇빛이 살을 파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전면 유리의 장점은 맑은 날 개안된 것처럼 답답함이 없지만 구름 한 점 없는 여름 날씨에는 전면 유리 인테리어만큼 힘든 게 없다.  에어컨을 아무리 하루 종일 틀어도 상쾌한 시원함을 느끼긴 힘들다. 


따뜻하고 선선한 날에는 이런 좋은 곳도 구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하다. 좋은 게 있으면 좋지 않은 게 있고 얻는 게 있으면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방안도 전면 유리인데 방안에는 에어컨이 없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이 마르다 못해 공기가 목을 통해 들어오면 모래가 들어온 것처럼 쓰라리다.  덕분에 하루에 물 2.5리터를 마시는 것 같다.  


오늘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침부터 짜증이 났다. 멜버른의 날씨는 하루에 사계절이 있다고 할 정도로 변덕이 심한데 4일째 무더위가 연속으로 진행 중이다. 일기예보 어플을 확인해보니 앞으로 8일간 이런 무더위가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이렇게 살 수 없을 것 같아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방안을 시원하게 만드는 법을 찾다가 나와 비슷한 사람의 글을 읽었다. 김장 봉투를 앞 뒤를 잘라 연결해 에어컨 바람을 방안까지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무더위 때문이었을까? 평소였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방법이었을 텐데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냉장고 안으로 들어갈 기세였다. 




땀 뻘뻘 흘리며 꼭 성공하길 빌며 비닐 터널을 만들었다. 만들면서 우여곡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어떻게 만들긴 했다. 에어컨을 가동하는 순간 햇빛에 잘 말린 시래기처럼 쪼그라들어있던 봉투가 미역처럼 팽팽해졌다. 조그마한 봉투 속에 찬바람이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오자 방도 그 재서야 살 것 같다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오전 업무까지 어떻게든 봉투로 버텨 보았지만 임시방편일 뿐. 호주에 있을 동안 짐을 늘리지 않기 위해 버티고 버텼지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 이동형 에어컨을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선크림 잔뜩 바르고 밖으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선선해서 뒤통수 맞은 느낌이다. 집 안이 밖보다 더 덥다니... 다음번 집을 알아본다면 전면 유리 있는 집은 피해야겠다. 


오늘은 꼭 이동식 에어컨을 사서 저녁에는 쾌적하게 자려고 했지만 BIG W, K-MART, JB HI-FI 등 호주에서 유명한 대형 아웃렛은 다 둘러봤지만 이동식 에어컨은 구할 수 없었다. COVID-19으로 인해 직원 부족으로 인해 매장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직원에게 에어컨이 어디 있는지, 언제 들어오는지 물어보았지만 대답은 본인도 모른다고 한다. 





망할 코로나로 인해 직원은 부족하고 매장 안에 물건이 없으니 당연히 손님들은 온라인으로 주문하게 되고 택배 회사도 주문량은 많은데 확진자로 인해 근무 가능한 인원이 적어서 배달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직원은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재고 파악을 해주었지만 운전해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고 한다. 대중교통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약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침에 만든 것들을 재정비하는 것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공기가 더 빠르게 내방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 고민 고민 끝에 포기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언제쯤 도착할지 미지수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는 받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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