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주변에 사연이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길가다 우연히 바닥에서 돈을 주운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 었다면 그 시간만 즐거웠을 텐데 가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내 친구가 경험한 것이라며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끔 카페에 가면 친구들이 쉴 새 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세상에서 살고 온 사람들 같다. 하루에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는지 몇 시간만 지나도 단톡방이 +300 이 되는 건 이제 당연한 것이 되어버렸다.
코스트코에서 영수증 보며 내가 산 게 맞나 확인하는 것처럼 대화방을 하나하나 천천히 읽어야 다음번 친구들을 만날 때 대화에 끼어들 수 있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다 비슷하다는데 나는 왜 이렇게 이야기가 없는지 이렇게 살다가 재미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고 죽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친구들 모임에 가면 항상 듣기만 하다가 조금씩 주목받게 된 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부터였다.
다들 해외여행 가고 싶다 노래를 불러도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턴이 해외여행 가는 게 쉬운 일인가? 다들 돈 벌면 유럽여행을 떠나겠다고 다짐하며 마음속에 사직서를 품기 시작했을 때 난 사직서를 날려버렸다. 해외에 가고 싶다고 말로만 이야기하다가 드디어 퇴사하게 된 날 친구들이 드디어 일을 냈다며 하나둘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남들이 선뜻해보지 못하는 것을 한다는 짜릿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며 조금씩 나만의 이야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첫 퇴사, 첫 백수, 첫 장기여행, 모든 것에 처음이라는 단어가 붙으며 지루하던 삶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비록 준비하면서 짜증 나고 힘든 일들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엽게 느껴진다.
해외 생활 4년 차, 이제는 내가 원하지 않아도 이야기가 쌓이기 시작한다. 조용했던 날들이 그리울 정도로 하루하루 매일 도전의 연속이다. 은행에서 계좌 오픈하는 것도 어려워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웬만한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하는 것 같다.
일 년만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고서 어느새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한국에 있었다면 경험하지 못할 많은 일들이 쌓이자 조금씩 나의 경험을 남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다. 조언 아닌 조언이랄까?
영어권 국가에 있으면서 영어에 대한 갈증을 느껴 이번 연도부터 호주 학교에 영어 학교에 등록했는데 이제 또 다른 이야기들이 쌓일 것 같다.
나만의 이야기가 쌓인다는 건 이 시끄러운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될지 아직까지 설렌다. 조각조각 이야기들을 한 곳에 모아 글을 쓰고 이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책이 되는 날까지 열심히 글을 써봐야겠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해외 생활 도전기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간접 경험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매게 채 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럼 다음번은 어떤 이야기를 적어야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