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이야기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면 택배를 추적할 수 있도록 트래킹 넘버(tracking number)를 주지만 장식에 불과하다. 이미 택배가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배송 중이거나, 택배를 받지 않았는데 물건을 받았다고 표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호주에서 가장 스트레스받았던 배송은 세탁기를 주문했을 때이다.
주변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분실된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며 중간에 분실되면 포기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대부분 택배를 받지 못하면 우체국에 보관 후 찾아가라는 카드를 우편함에 넣어두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데 변명이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우편함에 들어가니 다른 이웃집들은 택배들로 가득했다.
그 후 다음날 배송될 것이라는 연락만 받은 채 1주일이 지나고 택배가 어떻게 배송이 되어가는지 확인하려니 트래킹 넘버(tracking number)가 조회되지 않았다. 10~20불 정도 하는 물건이면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릴 수 있지만 200불짜리 자가 진단 키트여서 포기할 수 없었다.
그 뒤로는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택배 회사에 전화 연결하는데 1시간, 주문한 회사에 전화 연결하는데 1시간 서로 본인들 잘못이 아니라며 떠넘기기 바빴다. 해결책을 듣고 싶지만 우선 서로 회사에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며 또다시 무기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다가왔다.
오늘도 분실된 택배를 어떻게든 찾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한 시간 동안 연결이 되지 않아 속만 타들어갔다. 마음속으로는 당장이라도 환불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우선 양쪽에서 확인 중이라니 하루만 더 기다려보고 장문의 컴플레인 이메일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래서 다들 상담할 때 상담사 이름을 물어보나 보다. 다음부터 꼭 상담할 때 상담사 이름을 적어두어야겠다.
택배는 언젠가 받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