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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Feb 24. 2022

호주 일상 / 전동 킥보드 타고 바다 보고 오기

해외 일상 이야기 

멜버른은 요즘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회사인지 갑자기 두 회사가 멜버른 시티 곳곳에 주차되어있다.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 한번 타보고 싶은데 사고 날까 무서워서 바라보기만 했다. 

친구들과 핫팟 먹는 중 친구 한 명이 전동 킥보드를 타러 가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뜨뜻 미지근하게 반응했지만 마음속으로는 핫팟 빨리 먹고 동네 한 바퀴 돌러가자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현재 전동 스쿠터를 대여하는 회사는 Neuron, Lime 이 두 곳이었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고 회원 가입 및 지불 방식을 등록하면 주변에 주차되어있는 전동 스쿠터를 찾을 수 있다. 지도를 보니 멜버른 시티 곳곳에 주차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스쿠터를 대여할 수 있었다. 결제 금액은 1불 + 분동 $0.45불이었다. 


1시간을 탈 경우 $27불인데 한화로 약 22,700원 정도 하는 금액이었다. 이벤트로 원데이 쿠폰을 판매 중인데 $15불에  90분을 탈 수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사용할 수 있어서 한 시간 이상 전동 스쿠터를 탈 거면 원데이 패스권을 구매하는 게 더 좋은 선택이었다. 


 스쿠터 QR코드를 스캔하고 드디어 90분을 대여했다. 어떻게 타야 할지 막막한데 친구한테 물어보려고 하니 이미 저 멀리 떠나갔다. 오른쪽 핸들 옆에 있는 초록색 버튼을 누르면 앞으로 나간다는데 처음에는 중심도 못 잡아서 몇 번 넘어질뻔했다. 다행히 사람 없는 곳에서 스쿠터를 탔으니 망정이지 도로에서 바로 시작했으면 대형 사고 날뻔했다. 


시티에서 점심 먹었으니 피츠로이에서 커피 한잔 하기로 했다. 멜버른은 비교적 자전거 도로가 잘 마련되어있다고 하지만 처음 전동 킥보드를 타다 보니 모든 게 어색했다. 킥보드를 타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도로에 주차되어있는 차와 자전거 도로의 간격이 너무 가깝다는 점, 자전거 도로 바닥이 손상되어 울퉁불퉁하다는 점, 자전거 도로가 갑자기 인도로 향하거나 없어지는 것 등 긴장의 연속이었다. 


시속 10~20킬로라는데 체감 속도는 50~60킬로 되는 것 같다. 전동 킥보드를 타려면 기본적으로 교통 법규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 갑자기 자전거 도로가 사라지면 일반 차도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신호를 미처 제대로 보지 못해 클락션 세례를 받았다. 


트램을 타고 가면 왜 저렇게 위험하게 타고 있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의 도로 위에서 제대로 민폐를 끼쳤다. 다행히 몇 번 운전하다 보니 적응돼서 어렵지 않게 카페에 도착했다.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왜 이렇게 몸이 피곤한지 운전하는 친구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값진 노동을 하고 온 사람 코스프레를 하며 커피 한잔 시원하게 들이켜고 다 같이 집으로 향했다. 코스는 큰 도로변 위주로 이동하기로 했다.  큰 도로 쪽은 비교적 자전거 도로가 잘 마련되어있어 비교적 큰 어려움은 없었다. 


멜버른에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들을 이곳저곳 돌아다닌 것 같다. 이제 지도를 보고 오른쪽으로 유턴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차도가 넓어서 꺾을 수가 없었다. 다시 유턴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No Driving Area라고 뜨며 전동 킥보드가 멈췄다. 할 수 없이 계속 직진.


계속 직진하다가 결국 멜버른에서 가까운 세인트 킬다 비치에 도착했다. 도로 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있었던 것 같다. 호주의 태양은 살갗을 뚫고 들어오는 것 같은 뜨거움인데 도로 위의 첫 경험 때문인지 아님 아드레날린 분비가 많이 되서인지 스쿠터를 멈추기 전까진 따가움을 느끼지 못했다. 




해변에 도착 후 스무디를 마시러 카페에 가는데 팔, 손등, 뒷목이 너무 따가워 확인해보니 벌써 붉게 올라왔다. 스쿠터를 탈지 모르고 선크림도 안 발랐는데 1시간 30분 동안 복사열과 자외선을 한 몸으로 받았으니 따갑지 않을 수가 없다. 


눈도 약한 편이라서 그늘진 곳에 가자 눈도 살짝 시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여  전동스쿠터의 좋은 점은 아무 곳에 주차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 먹고 트램을 타고 친구네 집으로 돌아왔다. 

감자팩이 좋다며 어디서 감자를 구해왔는지 팔에 올려두고 랩으로 감아두었는데 효과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이니스프리에서 화장품을 살 때 샘플로 받은 알로에 로션이 생각나서 친구랑 같이 발랐다. 다음부터 운전하는 친구 차 얻어 타면 음료 + 간식까지 사줘야 할 것 같다.  다음번에는 꼭 유턴해서 집에 빨리 돌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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