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시간을 물 흐르듯 쓴 것에 대한 후폭풍이 몰려왔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다 보니 속은 항상 더부룩하고 도저히 일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멜버른은 세계에서 최장으로 락다운을 한 불명예의 도시가 되어버렸고, 나는 그런 도시에서 약 2년 동안 락다운을 즐긴 벌을 받고 있다.
예전의 나를 찾기 어려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 한잔 하고 책을 읽는 여유는 어디 갔는지 아슬아슬하게 출근 시간에 맞춰 직장에 도착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다들 아직도 미라클 모닝을 하고 있냐며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데 이전의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의문이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개인 시간을 즐기기 위해 어떻게든 발버둥 쳤는데 그 2년 사이예요 모든 습관이 무너져버렸다.
오늘부터 집 나간 습관을 다시 바로잡기 위해 쉬는 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한번 잘못 들인 습관이 평생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나 자신을 자극했다.
집에만 있으면 다시 침대로 돌아갈 것 같아 노트북을 챙겨 도서관으로 이동했다. 보건 법이 바뀌면서 사람들이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게 되었다. 상쾌한 공기를 맘 편하게 마셔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아직까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한다.
멜버른 시티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서관은 도클랜드 도서관이다. 예전에는 해리포터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여행자들의 성지 빅토리아 스테이시 라이브러리를 선호했다. 몇 주간은 멜버른의 매력에 빠져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을 때 즐기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말 집중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필요했다.
그러다 시티에 있는 도서관들을 탐방하다 발견하게 된 게 도클랜드 도서관이었다. 도클랜드 하버를 바라보며 작업하는 사람들을 보고 이곳이 나의 제2의 작업실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글이 잘 써지지 않거나 집중해서 작업해야 할 일들이 있으면 도클랜드 도서관을 찾았다. 오늘의 미션은 도서관에서 목표한 글쓰기를 완료할 때까지 떠나지 않기였다.
아이디어가 샘솓는건 아니지만 집에서 작업하는 것보다 수월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예전의 바른생활을 하던 나를 되찾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