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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Mar 13. 2022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추억을 잃지 않길 위해

조기 치매에 대한 이야기 

조금이라도 의미가 부여된 물건들이 있다면 일회용품이라도 버릴 수 없었다. 

먼지가 쌓여 언제 보관해두었는지 모를 정도 시간이 흘러도 

지나온 시간의 무게 때문에 버릴 수가 없었다. 


그것도 병이라고 

쓰지 않는 물건이면 버리라는 물을 수십 번 들었지만 

머리로는 이해해도 손은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두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잊어버린 기억들을, 보고 싶은 사람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텐데.


추억이 깃들어 있는 물건들은 그때 그 시간 느꼈던 공기, 냄새, 감정들이 녹아들어 가 있다. 

누레진 오래된 영화표를 보고 언제 봤던 영화인지, 

누구랑 봤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비로소 그 물건들을 버릴 수 있었다. 


잊지 않기 위해 이렇게 노력해도 인간의 한계가 딱 이 정도인가 보다 생각하고 

추억이 사라진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 아쉬움 없이 버려버린다.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었다. 

어릴 적 친구들과 걸었던 기억

시험 끝나고 친구들과 영화 보고 바닷가에 갔던 기억.

학교 끝나고 엄마 품속에 안겨 포근함을 즐겼던 기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이제는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조차 무뎌질 때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어버릴까 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릴까 봐 

겁이 난다. 


그래서 오늘도 남들이 무심하게 지나갈 수 있는 것들을 기록하고

잊지 않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 추억을 보관한다.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추억을 잃지 않길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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