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첫째야,
항상 동생들 잘 챙겨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서
남 챙길 줄만 알고 스스로 챙기는 법을 가르치지 못해 미안하다.
어린 나이에 철들어 투정 부리기보다 눈물 참는 법을 배워서
애교 부리는 법보다 밥하고 청소하는 것을 가르쳐서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둘째야, 항상 중간이라 양쪽에서 치여서 힘들지?
무슨 일 있으면 동생이니까 양보해라,
스스로 즐기는 방법보다 남들에게 양보하는 법부터 가르쳐서 미안하다.
어느 날 사람들 앞에 서면 소심해져서 말을 못 하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너를 보며
난 참 못된 부모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에게도 사랑한다 말을 자주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막내야,
항상 새것 갖고 싶다고 투정해도 제대로 된 옷 하나, 신발 하나 사주지 못해 미안하다.
형 누나한테 치여 서러워도 방 없어서 거실 구석에 숨어 너도 방하나 갖고 싶다며 울 때
형편이 되지 못해 넓은 집으로 이사 가지 못해 미안하다.
빨리 나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귀여우면서도 막내가 품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길 바랬다.
막내도 사랑한단 말을 자주 하지 못해 미안하다.
많은걸 해주고 싶지만 형편이 되지 않아해 줄 수 없어서 서럽고
사랑을 주지만 내 사랑이 너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미안하고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
모든 게 처음이라 부족함이 많아 풍요롭게 채워주지 못해 미안하다.
사랑을 듬뿍 주어야 하는데 미안함만 듬뿍 주어 미안하다.
그래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 주름이 생겨도 넌 언제나 내 아들 딸이니
언제든 마음 편히 품으로 들어오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