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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Oct 10. 2022

호주 일상  / 잠시 한국에 다녀올게

해외에 있는 사람들끼리 대화하면 가장 많이 하는 소리가 "한국에 가고 싶다"라는 말이다. 누가 억지로 못 가게 하는 것도 아닌데 다들 하나같이 무언가 노예계약이라도 한 것처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처럼 이야기한다. 

그땐 왜 사람들이 한국에 가고 싶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는지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일은 하는데 돈이 쌓이지 않는 건 똑같고, 미래를 바라보고 달려야 할 시기 새 출발이라는 명목 하에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중단하고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새로움이 주는 신선함과 도전 정신이 호주에서의 삶과 목표를 바라보게 만드는데 충분했다. 


30대가 된 지금은 새로움이 조금씩 버거워진다. 세상과 똑같은 속도로 맞춰 걸어간다 생각했지만 내가 걷는 걸음걸이에 비해 빠르게 지나갔다. 뒤떨어진 유행 감각, 조금씩 늘어나는 뱃살, 조금씩 잊혀가는 한국어 어쩌면 세상은 똑같은 속도로 가고 있지만 내가 늦게 가는 것 일수도 있겠다.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20대의 목표가 얼마나 열정이 가득했는지 그리고 힘이 있었다는 걸 새삼꺠닫는다. 지금은 큰 나무들 속에 햇빛에 가려져 뿌리도 제대로 내리지 못한 어린 모묙 처럼 호주에서도 한국에서도 주목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이 들 때면 따뜻한 가족의 품이 그리워진다. 해외에 있어서 근심 걱정할 가족들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 더 걱정할까 봐 수문을 잠그듯 입을 굳게 닫았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 햇살 아래 어머니 다리에 누워 따뜻한 손길을 느끼고 싶었다. 근엄함보다 친구처럼 가깝고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와 술 한잔 하고 싶었다. 


차라리 음식이 그리워진다면 만들어 먹을 수라도 있는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생기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한국에 가고 싶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온갖 핑계를 만들었는데 그리움에 사무쳐 아무 생각 없이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안녕 호주야. " 잠시 한국에 다녀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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