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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01. 2020

Ep 24 그리운 집밥

호주 오기 전 코엑스에서 진행된 워킹홀리데이 박람회에서 사회자가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은 

' 세계에서 시급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 였다.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정보를 몰랐던 나도 당연히 호주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고 한다. 


하지만 시급이 높기 때문에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그만큼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했다. 

카드내역을 보면 대부분 외식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60~70% 였다. 외국인 친구들을 만든다는 핑계로 한동안 밖에서 외식을 자주 했더니 여행하려고 썼던 돈들을 조금씩 야금야금 쓰기 시작하다 결국 바닥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자연스럽게 돈을 절약하기 위해 음식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지만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반찬을 구매해서 먹었다. 재료를 사서 만들어 먹는 비용보다 반찬을 사서 먹는 비용이 어쩔 때는 더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요리와 멀리 하다 보니 인터넷 레시피를 보고 요리를 따라 해도 새로운 요리가 탄생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특히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불 조절과 양 조절이었다. 양이 괜찮으면 불 조절에 실패해서 타버리고 불 조절이 괜찮은 것 같으면 재료가 제대로 익지 않아 다시 조리하다 보면 또 태워먹기 일수였다.


저녁 시간대에 요리하다 보니 자연스레 하우스 메이트들과 같이 저녁을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하는 말이 " 혼자 먹는 거예요? "였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에 빠져 알리오 올리오 요리 방법을 보다가 한번 만들어보게 되었다. 집주인 파트너 분이 내가 요리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레스토랑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알리오 올리오 만들면서  이렇게 마늘을 사정없이 넣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한다.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처음에는 조금 넣었더니 오일에서 마늘 향이 나지 않아 조금씩 더 넣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마늘 파스타라고 놀림받게 된 이후 양 조절을 하려고 했지만 뜻 때로 되지 않아 자연스레 큰손이라고 불리었다.  


워킹홀리데이 후기를 보면서 요리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는데 숨은 복병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서 내가 좋아하는 요리 몇 가지 정도는 연습해서 올걸..

그래도 같이 살던 하우스 메이트들 전공 분야가 요리여서 틈틈이 그들의 팁을 잘 흡수했다. 

 


호주에서 요리할 때마다 한국에 계신 어머님께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하루에 한 가지 요리하기도 귀찮아서 라면 끓여먹는데  가족을 위해 매일 새로운 요리를 해야 하는 어머님의 부담감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언제나 한상 차려져 있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좋아하는 반찬이 없거나, 하루 이틀 똑같은 음식이 나오면 투정 부리기 바빴는데 그때는 왜 감사하다고 말 한마디 제대로 전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든다.  


저녁이 될 때마다 집밥이 너무 그립다.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해도 그리운 맛은 어떻게 해결할 수 없었다. 

아마 한국에 가야지 비로고 이 허기진 맛이 채워지지 않을까 생각 든다.  

독립을 하게 되면 사소한 것부터 부모님의 자리를 느끼게 된다던데 이런 것일까?

오늘은 해결되지 않는 맛 문제를 풀기 위해 어머님께 전화를 했다. 


" 이 자리를 빌려 그동안 키워주시고 맛있는 집밥 먹을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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