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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03. 2020

Ep. 28 동네 반 바퀴

지난번 하우스 메이트가 집 주변에 아시안 마트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 뒤로 한 번쯤 내가 살고 있는 곳 주변 탐색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쉬는 날에 아무 일정이 없어서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출근하기 위해 매일 뛰어가던 거리를 여유 갖고 주변을 둘러보니 교통카드 충전기, 개수대, 놀이터, 공원 화장실 등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멜버른은 개수대가 잘 설치되어있는 것 같다. 공원, 거리 등 일정 간격마다 개수대가 설치되어있는데 목말라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매일 출근할 때마다 마주치는 커플이 있는데 오늘도 한결같이 운동을 하고 있다. 저렇게 취미 생활을 같이하면 참 좋은 것 같다. 


지난번 감기를 심하게 앓고 난 후 건강의 중요성을 깨달아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편차가 들쑥날쑥 하지만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친구들과 같이 운동을 하려고 했지만 이제 다들 쉬는 날이 맞지 않아 얼굴 보기도 힘들다. 





호주 햇빛은 강렬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분명 똑같은 해인데 한국에서 느껴지는 햇빛과는 차원이 다르다.  

호주에 오래 거주한 외국인 친구가 선크림과 선글라스는 필수라고 이야기한 적 있었다. 한국에서 햇빛으로 인한 불편함을 느껴보지 못해서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친구는 지내다 보면 네가 스스로 살 것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몸소 실감한다.   


한참 이력서를 돌릴 때, 햇빛을 많이 쐬다 보니 집에 오면 하우스 메이트들이 어디 놀러 갔다 왔냐는 말을 종종 했었다. 거울을 보면서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호주 오기 전 사진과 그때 당시 사진을 비교하면 얼굴이 엄청 거무튀튀해졌다. 특히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다 보니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종종 눈이 아프기도 했다.  그 뒤로 외출할 때는 선크림을 꼭 바르고 선글라스를 챙긴다. 



도클랜드는 가운데 야라강을 기준으로  코스트코 방향, 도클랜드 도서관 방향으로 나뉜다. 같은 도클랜드이지만 양끝이 나눠져 잇기 때문에 도클랜드에서 만나자고 하면 어느 방향 쪽에서 만날지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실은 산책하다 양끝이 연결이 되어있지 않다는 걸을 알게 되었다.  결국  귀차니즘 때문에 동네 한 바퀴가 아니라 동네 반 바퀴만 돌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아래쪽이 도클랜드 도서관 방향, 위쪽이 코스트코 방향이다. 코스트코 방향쪽에는 멜버른에서 유명한 관람차가있다.




도클랜드 아래쪽 야라강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도서관이 있다.  

일을 구하기 전, 이력서를 돌리고 나서 항상 이곳에 왔었다. 하우스 메이트들은 친절했지만  셰어 하는 공간이다 보니 나만의 공간이 없었다. 그때마다 이곳에 와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아침에 오면 야라강의 물비늘을 볼 수 있었고, 늦은 오후에 오면 아름다은 노을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침보다 저녁에 이곳을 자주 왔다. 저녁에는 다채로운 조명 빛을 띠는 볼트 다리와 도클랜드 관람차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직장 동료도 이러한 것들 때문에 답답하거나 심난할 때 이곳에 찾아와 위로를 받는다고 한다. 


타지에서 위로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으로 생각한다. 

짧은 동네 반 바퀴였지만 다시 열심히 해야 할 원동력을 얻은 느낌이다. 





Victoria Harbour Promenade -   도클랜드 도서관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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