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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02. 2020

Ep27 우리들만의 아지트

" 선생님들 우리 저녁 자장면에 탕수육 괜찮아요? "


한동안 다 같이 저녁 먹자고 말만 하다가 선뜻 동료 제이가 먼저 저녁을 먹자고 제안을 했다. 

실은 며칠 전  얼큰한 짬뽕국물이 너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더니 시티에 한인 자장면 집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혼자 갈 수가 없어서 계속 맨날 짬뽕국물 노래를 불렀더니 귀찮았는지 같아 가자고 먼저 제안해주었다. 

약속은 없지만 바쁜 척하려고 한번 생각해본다고 했더니 나 빼고 간다고 한다. 

' 매정한 사람 '

   

사람의 행복은 돈과 비례한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다. 호주 처음 와서 식빵 먹으면서 버티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여우 돈이 있으니 먹고 싶으면 바로 사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다행히 탕수육 부먹파는 없어서 평화롭게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다 먹고 난 뒤 제이는 2차로 펍을 가자고 제안했다.  

갑자기 동전이 있는지 물어보더니 본인이 자주 가는 아지트 같은 펍이 있는데 소개해주겠다고 한다. 집에 그냥 가기가 아쉬웠는데 아무리 봐도 이분은 배우신 분인 것 같다.

자신 있게 알려준 펍 이름은 아일랜드 섬웨어(Island somewhere)였다.  빅토리아 마켓 근처에 있고 아무나 잘 안 알려주는데 이번에 특별히 알려준다면서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솔직히 펍에 도착하고 그녀의 안목에 살짝 실망을 했었다. 펍 내부 인테리어는 일반 인테리어랑 비슷했고 딱히 개성 있는 펍은아니었었다. 

스탠딩 석에서 진토닉 한잔 마시면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동전이 있는지 다시 물어본다. 

' 술은 쌘 것 같은데 벌써 취한 건가... ' 싶다가 갑자기 책장을 밀더니 안쪽으로 들어간다.


같이 간 동료 선생님이랑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 뭐야'를 연신 외쳤다.

 

그녀를 따라 책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였다. 그리고 왜 여기가 아지트라고 한지 알겠다. 2층은 1층과 다르게 다양한 핀볼 게임이 있었다. 게임기에서 나오는 조명으로 인해 퇴폐적인 공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제서야 왜 자꾸 동전이 있는지 확인하는 이유를 알았다. 


' 역시 그녀는 롤러코스터처럼 사람을 가지고 놀 줄 아는 멋진 여성이었다. 반전을 겪고 나서 그런지 감동이 더욱 배가 된 느낌이다.  ' 한순간이라도 의심했던 제이에게  미안했다. 

2층은 우리가 대관한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 우리만 있으니 무언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안쪽에는 미니 바가 있는데 나중에 여기서 생일파티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정신줄 놓고 놀다 기분 좋게 취해서 돌아가는 길, 

 처음으로 생긴 직장동료이자 친구가 생겨서 너무 좋았다. 


호주에서 알게 된 친구들 중 일부로 한국 사람들에게 선을 긋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인들과 지내다 보면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의 목표 의식에 대단함을 느끼지만  종종 외롭다며 먼저 연락 오는 경우들이 많았다. 

 분명 영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지에서 힘들 때 다독여주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면 워킹홀리데이를 조금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이제 술 약속하지 않아도 다들 아지트에서  볼 수 있으려나? '




213 Franklin St, Melbourne VIC 3004 - Island Somewhere 2충 내부


   

213 Franklin St, Melbourne VIC 3004 - Island Somewhere 1충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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