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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04. 2020

Ep. 29 버스킹, 위로받는 하루

멜버른은 더 이상 조그마한 유럽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너무 발전된 것 같다. 옛 건축 양식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잔뜩 기대했지만 실상 시티에 도착하고서 느낀 것은 서울 한복판에 있는 느낌이었다.  오지 친구들의 말로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5~10년 전 모습과 너무다 다르다고 한다.  빅토리아 주 정부는 오래된 건축물을 보호하기 위해 헤리티지 법을 제정했지만 이미 그때는 대부분의 건물들이 없어지고 난 후라고 이야기한다. 



멜버른의 겨울은 잦은 비와 먹구름 때문에 쉽게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우중충한 날 시티에 나가면 무채색의 도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  삭막한 도시의 느낌도 영화의 한 장면으로 바뀌게 만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멜버른 곳곳에 퍼져있는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 덕분이다. 


평소에 조용한 거리도 사람들로 북적이면 대부분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인파들이다. 

노랫소리와 함께 모두들 숙연해지고 제마다 다른 방법으로 음악을 즐긴다. 


' 소리 없이 따라 부르는 사람들'

'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

' 손을 모아 조용히 바라보는 사람들 '



출근길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리면 내려야 할 정류장보다 한참 전임에도 불구하고 트램에서 내려 노랫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자주 가던 장소는 H&M 건물이었다. 

이 건물 앞 계단에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그들의 연주를 들으며 아침을 시작했다. 

' 소확행이랄까? '



이런 버스킹 문화는 빅토리아 주 정부 주도하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활기 찬 거리를 만들기 위해 (Street Activity Policy 2011) 예술가들에게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가들은 공연을 통해  합법적 본인을 홍보하고 기부금을 얻을 수 있어 서로 윈윈 하는 관계라고 한다. 


버스킹은 오디션 합격 후 거리에서 활동 가능하며 알짜베기 자리들은 오디션에 합격 한 사람들에 한해서 다시 오디션을 보아 자리를 배분한다고 한다. 

멜버른 시티에서 유명한 알짜베기 자리라고 한다면 시티 중심부에 있는 H&M 앞자리이다.  솔로, 혼성 그룹 할 것 없이 다들 실력자들만 모아놓은 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마침 트램 정류장 앞 이어서 이곳에 내렸다가 다시 트램을 타고 출근한다. 




350 Bourke St, Melbourne VIC 3000 - H&M



아침보다 저녁에 이 장소에 오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었다.  퇴근 후 H&M 까지 걸어와 잠시 앉아 노래를으면 일로 인해 스트레스받은 것들을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때로는 이곳이 만남의 장소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퇴근길 약속 없이 보기 힘든 친구들도 이곳에 와서 노래를 듣고 집으로 귀가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만나는 경우도 많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호주는 정해진 곳 이외에서 술을 마시면 벌금을 내야 했기에 그 부분은 참 아쉬웠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 






350 Bourke St, Melbourne VIC 3000 - 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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