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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05. 2020

Ep31. 눈치 보지 말고 즐기자

" 다들 고생 많았어요 ~ "


호주에서 처음 하는 회식이었다. 회식 장소는 횟집이었다. 다행히 다들 회가 먹고 싶어서 인지 회식장소를 고르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사실 호주에 횟집이 있을 줄 몰랐다.  오랜만에 보는 가자미에 다들 얼굴에 미소가 폈다. 마지막은 매운탕으로 끝내려고 했으나 아쉽게도 매운탕이 없어서 막걸리로 대신했다. 



 솔직히 회식 자리가 불편한 것보다 어색했다. 한국에서 회사 다닐 때 집이 멀었기 때문에 퇴근하고 회식 자리에 가면 인사 몇 번 하고 막차 타러 뛰어 가느랴 바빴다.  다음날 직원들이 공유해주는 사진을 통해 이 사람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놀았는지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또한 술을 잘 마시지 못했기에 동료들과 어울리기 힘든 것 도 사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생기면 " 이번에도 안 갈 거야?"라는 말을 들었었다. 


' 그렇게 딱 뜨뜻 미지근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던 것 같다. ' 

 

강요 없는 술자리이다 보니 본인들 주량에 맞춰 개인플레이를 했다. 술기운 때문일까? 평소에 질문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날은 나 자신이 놀랄 정도로 유독 질문이 많았다. 아마 알코올 신이 강림하여 꽉 막혀있던 입을 열어줬나 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조언은 다들 하나같이 한국에서 일하는 것처럼 눈치 보지 말고 마음 편하게 하라는 말이었다.  한국에서 온 지 별로 안돼서 한국 물이 덜 빠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나름 편하게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주변에서 보기에는 아직도 많이 딱딱해 보이나 보다. 


말이 많은 사람인지 몰랐다며 그동안 왜 이렇게 조용하게 지냈냐는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날 다들 좋은 말을 해주었다. 중간중간 뼈 때리는 말도 있었지만 호주에서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상대가 없다 보니 이렇게 오고 가는 말이 그리웠나 보다. 


다들 일차에서 끝내기 아쉬웠는지 다 같이 우버를 타고 사우스 뱅크에 있는 펍으로 이동했다. 


멜버른 야경 중 가장 좋은 곳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사우스 뱅크인 것 같다. 야라강 물비늘에 비추는 형형색색의 조명들과 높은 건물들 사이에 화려한 불빛으로 무장한 플린더스 역을 보면 말보다 핸드폰을 먼저 꺼내게 된다. 똥 손도 여기서 대충 찍어도 작품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야경이 좋기 때문에   이 주변 펍들은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힘들다고 한다.  다행히 안쪽 구석에 자리가 남아 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자리 잡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라이브 음악 때문인지 흥이 나기 시작했다. 메뉴판을 한번 쓱 보더니 알아서 피맥을 주문해주는데 이 사람들은 정말 배운 사람들인 것 같다. 다음번에는 예약해서 야외테이블에서 먹으면 운치 있고 참 좋을 것 같다. 


피맥에 한참 빠져있을 때쯤  옆 테이블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들 모르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듣고 떼창을 해주기 시작했다. 케이크가 나오고 불이 꺼지자 다 같이 박수를 쳐주는데 술기운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같이 환호를 질러주었다. 

옆에 있던 동료가 " 그래 그렇게! "라고 말해주자 뭔가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앞에 있던 연주자들이 노래를 빠른 템포로 바꾸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앞쪽에 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처음 호주에 와서 친구 들고 빅토리아 나이트 마켓에 다녀왔을 때  할머니들이 이야기했던 게 생각난다.  그때는 일자리만 구하면 도비처럼 자유롭게 놀고 다닌다고 했는데  지금 현재 나 자신을 봤을 때 한국에서 하는 그대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 

그 재서야 왜 사람들이 나한테 조금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사람은 변하기 참 어려운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나에 대해서 이야기해준 제이, 그웬에게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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