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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08. 2020

Ep32.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퇴근 후 혼자 바(Bar)에서 간단하게 술 한잔 마시고 집으로 들어가는 일이 많아졌다. 셰어하우스에 살다 보니 집에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워 집에 들어가기 전 잠시나마 혼자만의 시간을 바(Bar)에서 보냈다. 같이 사는 사람들과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지만 가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바를 찾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치유받는 공간이기 도 했다. 



처음 바를 접하게 된 곳은 올드 나이브스라는 곳이었다.  직업 특성상 쉬는 날을 마음대로 정할 수 없었기에 약 한 달간 퇴근 후 이사 준비를 하게 되었다.  이사 마지막 날, 산책 겸 동네 한 바퀴를 도는데 어디선가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났다. 냄새의 근원지에 다다르고 가게 내/외부를 보고 들어갈까 말까 망설였다. 망설이게 된 이유는 조그마한 창문 틈으로 보이는 위스키들 때문이었다. 카운터 앞쪽에 건장한 남성 3분이 서 계시지만 딱 봐도 음식집은 아닌 것 같았다.  차림새 또한 이사 마무리를 다한 직후이다 보니  옷을 너무 편하게 입은 것 같아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지만 용기 내서 들어가 봤다. 


구석 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자 남성분이 어떤 것을 주문할 것인지 물어보는데 괜히 들어왔나 생각도 들었었다. 어색한 건 잠시뿐,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난 후 긴장감이 풀어지자 처음 보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첫 방문을 시작으로 호주 오기 전까지 약 2년 동안 나의 아지트가 되었다. 이 공간은 참 매력적이었다.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으면서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도 참 많았다. 매장에 들어가면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는 태민 마스터님, 진우 씨, 나의 필드까지 찾아와 도움을 준 조은 씨 그리고 워킹홀리데이를 고민하자 본인의 해외 경험을 공유해주며 속 시원하게 다녀오라고 이야기 해준 예경 씨 등 이곳에서 만난 인연들은 하나같이 소중했다. 





한국에서 바에 대한 이미지가 좋게 각인되어서 일까?  워킹홀리데이 기간 답답하거나 나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는 꼭 바를 찾아갔다.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냄으로써 워킹홀리데이 기간 놓이는 것은 없는지? 조금 더 보충해야 할 것은 없는지 나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책 한 권 들고 와서 위스키 한잔 하는 사람 ' 

 ' 멍하니 사념에 빠진 사람 '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람 구경하는 사람 '


나와 같이 혼자 와서 다양하게 바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인지 더욱 남을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이곳에서도 한국과 다름없이 종종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했다. 어차피 서로 한번 보고 말 사이니까 서로에 대한 고민을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어서 남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고민도 풀어놓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좋은 경험들 덕분에 호주에서 다양한 바를 다니면서 나만의 쉴 수 있는 공간을 늘려가고 있다. 

아주 소소한 계획이지만 한국에 돌아가기 전까지 시티에 있는 바는 한 번씩 다 들러봐야겠다. 

타지에서 맘 편히 쉴 수 있는 곳 한 곳쯤 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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