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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13. 2020

Ep.36  결혼하는 친구

브라이덜 샤워 초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사실인가 보다. 호주 친구 캐시에게 브라이덜 파티를 초대받았다. 마침 일하는 곳과 파티 장소가  멀지 않아서 참석한다고 이야기했다.  일하는 내내 호주에서 하는 브라이덜 파티는 어떨까 궁금했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20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무리를 보았다. 캐시 너 인싸였구나...



어렵사리 인파 속에 숨어있는 캐시와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저녁을 먹었다. 중식집이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누가 누구 친구인지 모른 채 어색한 인사를 하며 밥을 먹다가 드디어 캐시가 인사를 하러 내가 앉은 테이블로 왔다.


캐시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영화 속에서 볼법한 스타일링과 의상을 입고 우아하게 인사를 하는데 시상식에 온 줄 알았다.  옆에 앉아있던 캐시의 절친 카일은 이런 캐시의 모습을 보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캐시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본인이 기분이 더 좋다고 이야기한다.  카일이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저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다.



사회 초년생이었을  자주 모이던 친구들 사이에서 누가 먼저 결혼할 것 같은지 이야기한 적 있었다. 모두들 늦게 할 수 있으면 늦게 할 것이라며 그 누구도 먼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친구는 없었다.  그리고 난 후 가장 친했던 친구가 제일 먼저 결혼을 했다.



그 친구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기에 어느 누구도 그 친구가 먼저 결혼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결혼 식 전, 친구들과 다 같이 모여 사진을 찍는데  서로의 모습이 어색해서 다들 웃기만 했다.

식장에 서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드디어 친구가 결혼한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내 친구가 결혼이라니?!

요리 못하는 거 뻔히 아는데 신랑한테 요리 못한다고 구박받는 건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친구를 가만히 바라보는데 행복해하는 모습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고등학교 시절 추억을 함께 나눈 친구이자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친구였다. 그 친구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 식장에 참여한 친구들은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환호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눈시울이 붉어지는 카일을 보았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차는 펍으로 이동했다. 역시 술이 들어가면 어색함도 잠시일 뿐이다. 마침 조명도 어두워서 눈에 뵈는 게 없다.   술의 힘은 참 대단한 것 같다. 통성명도 못하던 내가 사람들 무리 속으로 들어가 술 한잔 기울이며 웃고 즐기고 있다.  가끔 이렇게 정신줄 놓고 노는 것도 정신건강에 이로운 것 같다.


90%는  친구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그 친구들도 내가 하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분위기에 취해 같이 어울린 것 같다.

술이 술을 부른다고 하지 않던가? 분위기에 취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한국 술 게임을 알려주며 다 같이 게임을 했다.  리비 스트레이트 잔에 보드카를 따라 마시는 이 친구들을 보고  이때 정말 목숨 걸고 술 게임을 했던 것 같다. 소주잔에 보드카 따라서 원샷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나?


오랜만에 대학생 새내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비록 이 친구들과 번호를 교환해도 다음날 되면 누군지 모를지언정 이 시간만큼은 충실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다들 차 타고 가는데 나는 걸어간다고 하니 다 같이 우리 집까지 걸어간 뒤 케밥을 먹고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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