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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14. 2020

Ep.37  아케이드 게임장

워킹홀리데이 기간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도박이라고 한다.   호기심에 카지노 방문했다가 도박에 중독되어 호주에서 번 돈 다 잃고 귀국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도 호주에서 번 돈을 다 잃고 귀국하는 건 다행이라고 한다.  심한 경우에는 한국에 있는 돈을 끌어와 전재산을 날리고 불법체류자가 되어 추방당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호주 커뮤니티에 도망간 노비를 찾는다는 글들을  읽어보면 대부분 위의 스토리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호주에 가면 절대로 도박장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술 한잔 하던  중 친구가 갑자기 크라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 크라운 갈까? 그 근처에 게임장 있는데 괜찮은 곳 있어 "

처음에는 친구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돈을 빌려줘도 도박은 하는 것 아니라고 배웠다며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강하게 어필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게임장 가자고 하지 않는가? 


친구는 도박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 옆쪽에 아케이드 게임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4D 총 게임을 할 수 있다며 구구절절 나에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이 친구가 나를 어떻게든 유혹해서 카지노에 발을 들이게 하려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주변에 친구들도 그 게임장을 알고 있었기에 못 이기는 척 한번 따라가기로 했다. 





게임장 내부는 생각보다 컸다. 게임들은 대부분 심플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오랜만의 게임장 방문에 흥이 났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임은 4D 총 게임이었다. 4명이서 동시에 플레이 가능했고 좀비를 죽이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가장 많은 포인트를 받은 사람을 기준으로 순위가 메겨졌다. 

게임을 기다리는 동안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보며 웃었는데 게임기를 장착하고 난 후 비로소 사람들이 왜 이렇게 허우적거리는지 알았다.  이 게임은 총 게임이 아니라 공포 게임이라고 해야 맞는 것 같다. 사방에서 좀비가 튀어나오는데 총 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총을 쏘려고 주춤하는 순간 어느새 좀비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다.


첫 게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일까? 다른 게임을 할 때는 지쳐서 오래 하지 못했다. 특히 농구 게임은 골대가 왜 이렇게 높게 설치되어있는지 두 손으로 던져도 골대에 닿을까 말까 했다. 


역시... 이건 키 문제인가... 의문의 1패를 당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현란한 음악 소리를 듣고 소리를 내는 기계 앞에 멈췄다.  한판에 2불 정도 하는 게임인데  한판에 20번의 동전을 던질 기회가 주어진다. 코인을 던지면  기계 안으로 떨어지는데 이미 기계 안에 있는 동전들을 밀어서 떨어지는 코인이나 카드를 갖는 시스템이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다가 카드 한 개에 3000포 인트라는 것을 알게 된 친구와 저 카드를 뽑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처음에는 재미로 하다가 오기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30불을 충전 후 다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친구와 50불을 한 게임에  기부했다. 한 손 가득 코인을 뽑고 나서 상품으로 교환하려 했더니 턱없이 부족해서 결국 카드 안에 포인트를 적립한 채 아케이드 게임장을 나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4D게임을 한번 더하는 것이었는데 너무나 아까웠다.  


그래도 이 덕분에  나는 카지노에 가면 절대로 안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하면서 이렇게 돈을 탕진하는데 만약 실제 돈이었다면 얼마나 퍼부었을까...

다시 한번 게임을 통해 나의 절제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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