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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14. 2020

Ep.38 자나 깨나 약쟁이 조심

'잘 지내고 있어요? 저 호주 갑니다!'

 로빈으로부터 급작스러운 호주 워홀 도전 소식을 듣고 얼마 되지 않아 호주에서 만나게 되었다.  로빈은 한국에서 알게 된 바텐더이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날지 말지 망설이고 있을 때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준 고마운 분이었다. 근데 고민상담을 했을 때 로빈은 전혀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갑자기 워킹홀리데이를 온다는 연락에 의아했다.   


로빈은 호주에 도착하고 나서 빠르게 자리 잡기 위해 은행, 핸드폰, 집 구하기, 일 구하기 등  워홀러 퀘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이런 부분은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었기에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주었다.  이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 끝에 외국인 친구를 소개해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로빈이 면접을 보기로 한 곳은 피츠로이라는 곳이었다. 시티보다 집값이 저렴하고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들이 많이 있어서 여행객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 중 한 곳이었다. 저렴한 집값 때문에 이곳에서 살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일하는 곳과 거리가 있어서 쉽게 결정을 하지 못했다. 밤이 되자 조용했던 거리는 노랫소리로 가득하고 여행객들이 왜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가게 조명 빛에 반사된 빅토리아 양식의 건물들이 한층 더 돋보이기 시작했다. 피츠로이의 저녁 조명에 매료되어 이곳저곳을 누비다 활기찬 스페인 레스토랑 내부의 모습에 반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스페인 사람들의 특유의 혀를 차는 말 때문에 메뉴를 주문할 때 Pardon을 연속으로 외치며 메뉴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싫은 내색 없이 레스토랑의 시그니처 음식과 본인이 생각하기에 좋은 음식들을 추천해주었다. 

때로는 친근하게 때로는 익살스럽게 손님을 대하는 그들을 보면서 저런 모습 배우고 싶었다.

걱정과는 다르게 로빈과 카일은 죽이 잘 맞았다. 로빈은 이미 한국에서 외국인 손님들을 많이 접했기 때문에, 카일은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두 사람은 빠르게 친해졌다. 


  




rㅏ게 안을


로빈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빠르게 마쳤다. 한 번도 펍/바 면접을 본 적이 없기에 어떤 형태로 면접을 보는지 모르겠지만 얼굴 표정을 보니 좋은 결과는 아닌 것 같았다.

긍정적인 마인드인 건지 애써 괜찮은 척을 하는 건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로빈의 계획을 듣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맥주 때문인지 화장실이 급해 근처 공원에 있는 공공 화장실을 이용했다. 청결도는 랜덤이지만 대부분 공원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종종 이용한다. 

볼일을 보고 로빈 쪽으로 이동하는 중 무언가에 걸려 앞으로 넘어졌다. 다행히 잔디 밭쪽에서 넘어져서 손바닥에 살짝 생채기만 있을 뿐 다른 곳은 괜찮았다. 

혹시나 피가 나는지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들었는데  바로 옆에 사람이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짧은 비명 소리를 듣고 로빈과 카일이 급하게 내쪽으로 뛰어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불러도 보고 흔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무런 미동 조차 없었다. 다행히 숨은 쉬는 것 같았다. 의식을 확인하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000에 신고해 현재 상황을 알려주었다.  

 (호주는 경찰, 소방, 구급 등 응급상황 번호가 000으로 통합되어있습니다. ) 


10 분 정도 후 경찰차 두대가 온 후 기본적인 신상정보와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어보았다. 단지 화장실 다녀온 것뿐이고 길가다 뭐에 걸려 넘어졌는데 알고 보니 저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몇 번 흔들자 정신 차리는 것 같더니 다시 일어선 채로 잠이 들었다.  경찰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이 사람은 응급상황이 아니라 약에 취한 것 같다고 한다.  


경찰들 말로는  늦은 밤 사람 인적이 드문  공원 근처에 약쟁이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넘어지면서 날카로운 곳에 찔린 것 같다면 다음날까지 상태를 보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경찰들이 약쟁이 이야기를 해주고 나서야 의료폐기물 통이 화장실 곳곳에 배치되어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약쟁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갑자기 손이 더 쓰라린 것 같았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워홀 초반에 만난 약쟁이가 생각났다. 그때 이후로 약쟁이랑 부딪힐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몇 달 되지 않아 또 부딪히다니..   


' 당분간은 몸 사리고 잇어야겠다. '

혹시나 약쟁이를 만난다면 싸우려 들지 말고 그냥 피해 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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