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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11. 2020

Ep.34  오랜만에 즐기는 여유

멜버른은 빠르게 도시화가 되어가다 보니 어딜 가든 공사 중이다. 공항버스를 타고 시티로 넘어올 때 가장 먼저 본 것이 공사장일 정도이다. 이렇게 도시화가 되어가면 다음번 워킹홀리데이를 오는 사람들은 멜버른을 제2의 시드니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주 정부에서는 무분별하게 높은 건물들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옛것을 보존하기 위해 헤리티지 법을 제정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조금이나마 빅토리아 시대에 있던 건물들이 아직까지 보존되어있지만  이 건물들은  문고리 하나도 주 정부의 허가를 받고 교체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리모델링 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오래된 건물들은 수도, 전기가 자주 끊긴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곳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일하던 곳이 차이나 타운 바로 옆쪽이었는데 헤리티지 법 때문인지 노후 후가 심해서인지 수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한다.  덕분에 일하는 곳 근처는 항상 무언가를 수리하기 위해 공사 중이었다.  


평소와 같이 일하던 중 예고 없이 전기와 물이 끊겼다.  대부분 전기, 수도를 끊어야 하는 경우 공사 하루 전에 미리 공지를 해주는데 이번 공사는 아무런 공지 없이 일방적으로 수도, 전기를 끊었다.  

어떤 영문인지 물어보기 위해 공사현장에 가보았지만 공사 관계자는 관리자를 찾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필 이날 관리자가 쉬는 날이라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결국 나중에 돼서야 공사 중 오래된 파이프에서 누수가 발견되었는데 전기배선으로 물이 들어가 어쩔 수 없이 수도, 전기를 끊었다고 한다. 빠르면 당일 오후 늦어도 내일 안에 수리된다는 소리를 듣고 멍하니 매장에 앉아 수리되길 기다리다  조기 퇴근을 하게 되었다. 


뜻밖의 조기 퇴근에 뭘 해야 할지 몰라 집에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직장 동료가 약속이 없다면 시티 투어를 하자는 제안에 흔쾌히 수락했다. 






Shanghai Street Dumpling & Mini Juicy Bun - 342 Little Bourke St, Melbourne VIC 3000


점심은 멜버른에서 유명하다는 중식집 ' 상하이 스트릿'을  가기로 했다.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혼자 가게에 들어가는 것이  어색해서 항상 포장해서  먹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로운 것을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매장 앞은 대기 인원으로 가득했지만 다행히  회전율이 빨라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메뉴는 구글 리뷰, 인스타그램에 사람들이 항상 찍어서 올리는 것을 주문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주문한 것들이 차례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은 샤오룽바오 만두를 먹었다. 겉은 바삭바삭하지만 안은 촉촉해서 중식집에 가면 대부분 샤오룽바오를 꼭 먹는다고 한다.  

참고로 육즙이 정말 뜨겁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먼저 구멍을 뚫어서 육즙을 살짝 빼내거나 식혀서 먹는 것을 추천 천한다. 다 좋은데 입천장 다 디일뻔했다. 특히 앞에 누가 앉아있다면 육즙이 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한입 베어 물자 동료 옷에 육즙을 튀길뻔해서 그릇에 덜어 먹었다.

그 뒤로 나온 음식들도 너무나 맛있었다. 사실 중식을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특유의 약재, 향신료 향 때문이었다. 거기에 고수까지 섞여있으면 바라만 볼뿐 먹지를 못했다. 멜버른에 와서 몇 번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본 이후로 중식집은 잘 안 가게 되었다. 


역시 처음 도전하는 장소는 사람들이 많이 주문하는 음식을 먼저 도전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 







Mag Nation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난 후 펜 시점을 들렸다.  일층은 주로 다이어리, 편지지, 잡화 상품들이 주를 이었고 2층은 잡지, 책 등 주로 서적들이 구비되어있었다.   마침 다이어리를 구매해야 했기에 쓸만한 것이 있는지 구경했다. 

대부분 사무 용품들을 구매하러 오피스 워크에 가다 보니 디자인을 잘 보지 않고 구매했는데 여기서는 디자인도 너무 다양해서 가지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오피스 워크에서 판매하는 사무용품들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전반적으로 펜 씨점에서 판매하는 가격대와 가격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선물을 사러 올 때 이곳에서 구매해도 될 것 같았다. 





펜 씨점을 들린 후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시티 도서관 근처에 있는 카페 부르네 띠를 가는 중 오랜만에 반가운 거리를 보게 되었다. 이 거리는 멜버른  도착 후 얼마 되지 않아 인터뷰를 본 장소였고 예전에 한국에 있던 동기들과 프랑스 연수를 다녀온 곳과 너무 비슷해서 이 근처 펌/ 레스토랑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었다. 결과적으로는 이곳에서 일을 할 수 없었지만 이곳을 볼 때마다 야외 테이블에서 브런치는 꼭 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처음 시티에 도착해서 일자리를 알아볼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넘어갔다.   일자리 얻고 이 근처에서 브런치 먹겠다고 다짐했는데 그동안 일을 하다 보니 금세 잊고 있었다. 


날 좋은 날 아침에 브런치 먹으러 꼭 와야겠다. 


 




 

마지막 후식은 커피와 케이크로 마무리했다. 이 카페는 디저트로도 유명한 곳이었다. 매장 입구에서부터 판매하는 디저트를 구경할 수 있다. 역시 유명한 곳은 언제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대기 끝에 커피를 받고 자리에 앉아 오랜만에 여유를 즐겼다. 


평소에 이렇게 즐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꼭 쉬는 날에는 무언가를 해보겠다며 컴퓨터를 붙들고 있으니 정작 쉬는 날에는 어딜 못 움직이는 것 같다. 그래도 오랜만에 동료 덕분에 시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것 같다. 


앞으로 집에만 있지 말고 자주 밖으로 돌아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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