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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Aug 18. 2020

Ep.5 일 년 뒤에 보자 한국!

공항에 도착해 마지막 짐 점검을 했다.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서 빠뜨린 물건이 없는지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짐을 쌌는데 뭔가 집에 두고 온 느낌이다.  아침부터 공항은 사람들로 붐볐다. 다들 어딜 가는 걸까?

나처럼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겠지?


  

아직 출발도 안 했는데 설렘과 동시에 불안했다.  머릿속은 온통 잡생각으로 가득했다.


' 내 비행기가 연착돼서 다음 비행기를 놓이면 어떡하지 '

' 환승 잘못해서 국제 미아가 되면 어떡하지 ' 

' 여권 분실하면 어떡하지 '

' 중도 포기하고 한 달 뒤에 돌아오면 어떡하지?' 

 

짧은 해외여행은 해봤지만 이렇게 장기간 해외에 체류할 목적으로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었기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나뿐만 아니라 마중 나온 가족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갑자기 퇴사하고 본가로 들어간 뒤 몇 주 되지 않아 호주로 떠나겠다고 하니 의아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덕분에 다 같이 공항에서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테이블에 마주 앉아 부모님의 덕담을 듣는데 언제 저렇게 얼굴에 주름이 늘었는지 세월의 흔적이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부모님의 흔적을 느낀 만큼 부모님도 나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오랜만에 다 같이 공항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때 찍은 사진이 워킹홀리데이 기간 동안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가족들은 모를 것이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여권 수속까지 마쳤다.  이제 들어가면 일 년 뒤에 가족을 볼 수 있기에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뒤를 살짝 돌아보았는데 가족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나 보다

흡사 미어캣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좁은 유리문 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내가  뒤 돌아볼 때까지 계속 쳐다보고 있었나 보다.  조심히 다녀오라는 손짓에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들어갔다.  


호주에서 부디 좋은 추억 쌓기를 기도하며 일 년 뒤에 보자 한국아. 



이른 아침 사람들로 붐비는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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