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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Sep 18. 2020

Ep.44 꽃가루 파티, 헤이 피버

알람 소리 듣고 일어나 침대에서 창밖을 보려는데 눈커풀이 너무 무겁다. 출근준비를 하려고  거울을 보니 벌에 쏘인 것처럼 눈이 퉁퉁 부었다.  하우스 메이트가 빌려준 얼음으로 찜질하고 나서야 눈이 조금 떠졌다.  다행히 출근할 때쯤에는 붓기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아직도 붓기가 심해 보이 나보다.  어제 라면 먹고 잤냐며 눈이 왜 이렇게 부었냐고 물어보는 동료의 말에 차라리 라면이라도 먹었으면 덜 억울할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오픈 준비를 하는데 맑은 콧물이 비 내리듯 흐르기 시작했다. 코를 연신 풀어대자 옆에서 지켜본 동료가 헤이 피버 나고 물어본다. 


난생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무엇인지 물어보자 대충 꽃가루 알레르기라고 한다. 주로 봄가을 개화 기철에 맞춰 헤이 피버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한 번도 이런 꽃가루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 적이 없기 때문에 의아했다. 봄, 가을철 한국은 꽃가루보다 심한 미세먼지가 있지만 눈이 충혈되거나 붓는 증상들은 없었는데 고작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이 정도로 힘든가 싶었다. 

 헤이 피버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르텍 같은 알레르기 약을 복용하는데 심한 사람들은 주사까지 맞는다고 한다.  다행히 동료도 지르텍 약이 있어서 얻어먹었다. 


오픈 준비를 마치고 프런트 문을 열려는 순간 오늘은 열지 않는 게 좋겠다며 창밖을 가리키는데

하늘 전체가 노랗게 보일 정도로 꽃가루들이 공기 중에 가득했다.   다큐멘터리에서 메뚜기떼가 논밭을 휩쓸고 지나가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흡사 그것들과 비슷해 보였다. 

꽃가루 크기도 다양했다. 좁쌀처럼 작은 꽃가루가 있는가 하면 강아지풀처럼 큰 꽃가루들도 있었다. 


손님들 말로는 이제 막 봄으로 접어들었기에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한다. 이제 곳 1~2주 뒤면 하늘을 봐도 땅을 봐도 꽃가루 천지일 것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꽃가루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았다. 


간혹 봄, 가을 날씨에 맞춰 여행 오는 사람들 중 천식이나 꽃가루 알레르기가 심한 사람들은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가렵고 코 안쪽이 무언가 꽉 막힌것처럼 답답해져 약국에 가서 헤이피버를 진정시킬수 있는 알약, 물약, 스테로이드성 비강 스프레이등앞으로 다가올 헤이피버를 준비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손님 말대로 바닥은 꽃가루로 가득했고 룸메이트는 이미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지르텍 알약을 나눠먹고 대청소를 했다. 그리고 맑은 날에는 절대로 창문을 열지 않기로 새로운 규칙도 생겼다. 


혹시나 이 기간에 여행 오는 친구들이 있다면 헤이 피버에 대해서 알려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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