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이퍼 Sep 19. 2020

Ep 46. 갑자기? 시드니? 1탄

친구들과 외각으로 등산을 가기로 했다. 퇴근 후 바로 이동하기 때문에 편안한 복장, 신분증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챙기라는 연락을 받았다.  평소에 시티 위주로 여행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한 달에 한 번씩 친구들과 외각 여행을 하면 여행에 활력이 붙는다.  여행을 위해 차를 구매해볼까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보험료, 유지비용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접었다.  친구들은 내가 외각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한 달에 한번 시간 내서 외각 여행을 다 같이 다녀오는 게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시티에서 벗어나자 친구들이 갑자기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둘이 왜 싸우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평소에 말을 천천히 하는 친구들인데 서로 의견을 말하다 보니 말이 빨라져서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운전하는 내내 티격태격하다 보니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다.  간식을 먹고 출발했다면 분명 체했을 것 같았다.  아무 말도 못 하고 그저 핸드폰만 바라보고 갔다. 괜히 외각 여행 간다고 했다가 눈치만 보고 돌아오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했다. 마음 같아서 중간에 내려서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돌아가기엔 늦었다. 



이상하게 생긴 건물에 주차를 했다.  잠시 쉬었다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티격태격했던 친구들이 갑자기 서프라이즈를 외치면서 우리가 어디인지 맞춰보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이동 중 불편했던 마음 때문이었을까? 애써 쓴웃음을 지으며 장단에 맞춰 어디인지 말하는데 크게 즐겁지는 않았다. 혹시나 내가 내리면 친구들이 그냥 가는 건 아닐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면서 차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내렸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계속 어디인지 맞춰보라는 친구들에 말에 살짝 짜증도 났지만 정말 어딘지 가늠이 안 갔다. 나중에 한국 여행 오면 가이드하다가 어디냐고 맞춰보라고 해야겠다. 진짜 이러다가 어딘지 모르는 곳에 갇혀서 장기매매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주차장을 벗어나자 어디서 익숙한 소음이 들리고, 건물 입구에 다다르자 드디어 내가 공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여행 이야기를 하던 중 멜버른 이외에 다른 지역을 가본 적이 있는지 질문을 받았었다.  여행 경험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친구들이 시드니 여행을 나 몰래 준비했던 것이었다. 

서프라이즈를 하기 위해 뒷좌석에 앉아 던 친구가 몰래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고 나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공항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티격태격했던 것이었다.  


'잠시나마 너희를 오해한 나를 용서해다오, '



근처 식당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안정을 찾고 있는데 문뜩 여권이 없다는 것이 생각났다. 

걱정되는 마음에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니 국내여행(domestic)은 여권이 없어도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한다. 

호주에서는 한국인인 내가 외국인 신분이기 때문에 어딜 가든 여권을 꼭 들고 타야 되는 줄 알았는 데 외국인도  

국내선은 비행기 티켓과 신분증만 있으면 탈 수 있다고 한다.

 

혹시나 걱정돼서 여행을 계획하기 전 공항에 미리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들은 

왕복 비행기 티켓과 숙소는 이미 예약을 해두었기에 이번 여행은 돈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다. 



아까 불편했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친구들은 제대로 나를 제대로 롤러코스터를 태웠다. 




시드니와 멜버른은 생각보다 그렇게 멀지 않았다. 2시간 30분 정도 비행하면 도착할 거리였다. 비행기에서 사진 찍고 있는데 친구가 부럽다고 한다.  뭐가 부러운지 물어보자 본인은 다리가 길어서 불편한데 나는 비교적 여유공간이 있어서 키 작은 사람들이 부럽다고 한다.

 

비행기표 리턴, 숙소비용까지 부담해주셨으니 이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근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다리를 뒤로 접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평소에 비행기를 타면 불편함을 잘 못 느꼈는데 운동하는 분들이나 키가 큰사람들은 공간이 좁다 보니 비행하는 동안 불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거리 비행이어서 다행이지 만약 장거리 비행이었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예전에  외국 항공사 중 의자 간이 간격을 줄인다는 기사를 내고 서구권 친구들이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무엇 때문인지 알게 되었다.  


두 시간 반이지만 여행을 위해 술 한잔 마시고 숙면을 취했다. 





우리 모두 멜버른에서부터 공복 상태였기에 시드니 공항 도착 후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한인 식당을 찾아가 삼겹살을 먹었다.  역시 배고플 때는 삼겹살이지, 간단하게 소주 한잔 하고 숙소로 돌아가 내일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숙소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핸드폰이 고장 났는지 앨리스가 절반밖에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저기에 계속 서있었는데 말이다. 사진을 보고 귀신이 있는 것 같다며 장난 아닌 장난을 하다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곯아떨어졌다. 



작가의 이전글 Ep45. 출근 전 쇼핑, 빅토리아 마켓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