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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퍼 Oct 14. 2020

Ep.5 호주에서 집 볼때 꼼꼼하게 확인하자  

집을 보기로 한 날 경쟁자들과 빌딩 앞에서 부동산 관계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왜 주인공은 항상 늦게 도착하는 걸까? 예상 시간보다 20분이 지체되면서 다른 인스펙션 그룹들과 다 같이 보게 되었다.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이 집을 볼 수 없기 때문에 3팀으로 나누었지만 무의미했다. 시간이 없다며 집만 보면 된다고 박박 우기는 사람을 등지고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면서 스무 명이 넘는 사람이 한 집에 모였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동묘시장에 가서 빈티지 옷을 구해보겠다며 자리 잡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옷을 고른 적이 있었다.  옷 가게 아저씨가 새로운 옷을 한 무더기 가져오면 사람들이 일제히 그쪽으로 몰려가 괜찮은 옷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경험이 없어서 일까?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가방은 지퍼 닫기가 버거울 정도로 가득한데 내 가방은 볼품없이 찌그러져있었다. 결국 친구들과 아무런 옷도 건지지 못하고 근처에서 떡볶이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딱 그 상황이랑 비슷했다. 이곳저곳 둘러보려고 해도 이미 자리 잡은 사람들은 움직일 생각을 안 하고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가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사진 찍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은 화장실 물이 잘 나오는지, 가스레인지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가구 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확인하는데 멍하니 거실에 서있다가  다음 팀 인스펙션 시간이 다되어 건물 밖으로 나왔다. 


황금 같은 쉬는 날에 아무런 소득도 건지지 못한 채 에너지만 낭비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집 볼 때 꼭 확인해야 하는 리스트들을 만들었다. 앞으로 일 년 동안 살게 될 집인데 꼼꼼하게 확인해서 나에게 맞는 집을 고르고 싶었다.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했다면 최소 두 번 이상은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집을 볼 때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진, 동영상을 찍으면서 돌아다니기 때문에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은근히 많다. 


집을 계약할 당시 이 집이라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이미 세 번 정도 방문하여 고장 난 곳은 없는지, 생활하는데 불편함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했지만 계약 후 하자를 발견했다. 이 집은 발코니 문을 열면 온 집안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문고리와 벽에 있는 홈이 맞지 않아 바람만 불어도 문이 쉽게 열리는 것이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방문이 활짝 열려있어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람들과 침대에서 눈을 마주치는 어색한 상황이 잦았다. 집을 볼 당시 다수의 사람들과 보다 보니 문을 닫아볼 수가 없어서 문고리에 잠금장치가 있는지만 확인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그 이외에도 수도꼭지에도 문제가 있었다. 세탁기 연결 호스를 수도꼭지에 연결했더니 호스 틈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수압을 이기지 못하고 호스가 날아갔다. 집안은 물바다가 되고 이 때문에 카펫을 말리느라 고생을 했다.  세탁기 호스에 문제가 있는 줄 알았더니 벽면에 있던 수도 배관 연결 부분이 헐거워지면서 그 틈을 통해 물이 계속 새는 것이었다. 


계약 전 이런 부분을 미리 알았다면 수리 요청을 했을 텐데 집주인의 늦장 대응에 결국  내 돈으로 사설 업체를 통해 고치고 방문은 계약이 끝날 때까지 바닥 틈에 휴지를 꼽고 살았다.  

당연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부분에 문제가 생기자 뒤통수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항상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면 적어도 두 번 이상 집을 보고 이전에 파손된 부분인데 수리를 해준다고 약속을 받았다면 계약서에 특약조건으로 언제까지 수리를 해주겠다는 내용을 적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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