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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Jan 21. 2022

유소유 #03 안 먹고 만다

혼란스러운 주식 시장에서 갖춰야 할 3가지 마인드

주식 투자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수많은 투자 대가들이 하는 말과 개인적인 경험을 종합해보면, 심리적인 게 가장 크다. 전설적인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투자는 심리게임이다'라는 명저의 제목처럼, 많은 사람들이 기술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투자는 사실 심리 싸움이다. 심리전에서 지면 혼란스러운 주식 시장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는 불가능하다. 나도 여전히 시장의 마음을 완벽히 읽지는 못한다. 변덕스러운 시장을 의미하는 '미스터 마켓'은 나를 포함한 수많은 주식 투자자와 투기꾼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미스터 마켓이 심리를 들었다놨다 할 때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마음가짐을 나누고자 한다.



1. 안 오면 말고...


"주식은 화끈하게 가야지. 테슬라랑 엔비디아 같은 성장주에 올라타자!"

"주식은 바닥에서 주워야지. 비자랑 디즈니 같은 가치주를 묵혀두자!"


사람마다 MBTI도 제각각이듯 투자 성향도 다양하다. 나도 처음에는 달리는 말에도 올라타 보고, 떨어지는 칼날도 잡아보았다. 원금 자체가 너무 작아서 뭘 해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깨달음은 얻었다. 최소한 나는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수익률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투자할 때마다 심리가 요동쳤고, 잃으면 절망했고, 벌어도 불안했다. 그래서 주가가 떨어지거나 지지부진할 때 주식을 모으는 투자로 큰 방향성을 잡았다. 하지만 주가는 항상 원하는 만큼 떨어져 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고민이 생겼다. 얼마 차이나지도 않는데 그냥 살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가격대가 올 때까지 절대 사지 말고 기다릴까?




"저는 4만5000 원이 오면 사기로 했는데 지금 4만5300 원에서 안 떨어지고 있어요."

"저는 10% 빠지면 사려고 했는데 9.6%까지 빠졌다가 다시 올라가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따라 살까요?"

"제가 원하는 가격대는 아닌데 지금 안 사면 나중에 너무 후회할 것 같아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주식 투자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원하는 가격이 올 때까지 사지 말고 참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자 경험이 쌓인 사람은 조금 비싸게 사도 상관없다. 어차피 100 원, 200 원 더 벌자고 투자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더 큰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매수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금이 소액일수록 주가가 2배 오르든 5% 초과수익이 나든 별로 의미가 없다. 이럴 때일수록 올바른 투자 마인드를 지겨울 때까지 수양해야 한다. 지금 습관이 잘못 들면 나중에 목돈으로 추격매수를 하다가 고점에서 물리고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금이 커지면 더 빨리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살짝만 넘어져도 크게 다칠 수 있다.




"원하는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내놓고 다른 일 보고 계세요."

"그러다 미체결로 장이 마감되면 어떡하죠? 오늘 꼭 사고 싶었는데..."

"안 오면 어쩔 수 없는 거죠. 방금 손절만큼 어렵다는 추격매수 참는 연습을 하신 겁니다."


원하는 가격대까지 안 내려오더라도 '안 오면 말고...'라는 마인드로 매수 버튼 클릭을 참아보길 권장한다. 많은 투자 서적에서 주가가 떨어질 때 좋은 주식을 손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강조하지만, 반대로 나는 주가가 올라갈 때 별로 좋지 않은 주식에 홀려서 추격매수를 하는 것도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절을 하고 나면 어쨌든 치열했던 전투가 끝난다. 당분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매수는 새로운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행위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된다. 화려한 승리로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추격매수했다가 고점에 물려서 손절하는 것만큼 물질적인 손실과 심리적인 고통을 동시에 주는 것도 없다.



2. 다음 버스 타면 되지!


"그때 사지 마라고 했던 주식이 30%나 올랐어요..."

"아쉽네요. 그런데 투자하다 보면 그런 경험 앞으로 자주 할 거예요."

"그냥 눈 딱 감고 사는 게 후회하지 않을 것 같은데 기준이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닌가요?"

"만약 그때 샀는데 반대로 30% 떨어졌어도 지금처럼 말씀하실 수 있으세요?"


'안 오면 말고...'라는 마인드로 투자를 하다 보면 분명 놓치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때 샀어야 했다며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는 심리게임에서 최악인 결과적인 사고방식이다. 주식 투자를 못하는 한 가지 부류는 바로 '외눈이 껄무새' 스타일이다. 놓친 기회만 바라보며 '그때 살껄'만 반복하고, 운 좋게 피한 위험은 보지 못한다. 기회를 놓쳐서 후회된다면 반대로 위험을 피해서 안도했던 경험을 떠올려라. 아직 그런 경험이 없다면 충분히 경험할 때까지 보수적으로 투자하라. 워런 버핏의 '절대 잃지 말라'는 제1의 투자 원칙은 너무나도 중요한데, 직접 수업료를 내고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는 진부하고 시시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정말 달라요. 지금은 정말 몇 번 안 오는 기회란 말이에요."

"기회는 매번 옷을 바꿔 입고 꽤 자주 찾아옵니다. 이번이 아니어도 기회는 또 올 테니 침착하세요."

"그렇게 망설이다 언제 투자합니까? 내일이면 이 가격대에 못 살 거예요."

"작년만 해도 코스피를 주도한 테마가 몇 개인지 아세요? 그리고 그때 주도주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주식 투자를 못하는 또 다른 부류로 '오늘만 산다' 스타일이 있다. 주식 시장은 다음 주에도, 내년에도, 자본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죽는 순간까지도 열릴 것이다. 세계 대전 속에서도 열려있던 곳이 바로 주식 시장이다. 작년 코스피는 연초에 '10만전자 가즈아'와 '애플카 가즈아'라는 함성과 함께 3000을 시원하게 돌파하며 시작했지만, 결국 다시 주저앉았다. 봄에는 배터리와 바이오가, 여름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가을에는 메타버스와 NFT가 코스피를 주도했지만, 겨울에는 한파보다 무서운 기준금리 인상에 모든 종목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시장에도 계절이 있다. 기존 테마는 이미 지나갔고, 신규 테마가 앞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에 떠오를 테마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새롭게 유행할 트렌드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놓친 기회에 조바심이나 자책감이 든다면 '다음 버스 타면 되지!'라는 쿨한 마인드를 가져라. 정류장을 지나친 버스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법이다. 억지로 매달리면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주식과 버스는 비슷하다. 다만 버스는 다음 차가 언제 올지, 목적지가 맞는지 알 수 있지만 주식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만 다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식에서도 다음 기회는 온다는 사실이다.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내가 원하는 버스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공부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나만의 투자 유니버스에서 소외된 주식을 찾는 것이다. 나만의 투자 유니버스를 만드는 과정은 추후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3. 왜 이런 좋은 정보를 나한테?


"지금 완전 바닥입니다. 언제 오를지는 몰라도 지금 사면 절대 손해보지는 않을 겁니다."

"지금이 매수 찬스입니다. 위드코로나로 전환되면 최소한 50% 이상 오를 겁니다."

"저만 알기 아까워서 알려주는 거예요. 저 믿고 조금만 투자해보세요."


가끔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종목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주식의 밝은 미래에 대해 신나게 얘기한다. 좋은 말만 하면 잘 안 믿으니까 리스크도 한 가지 말해주고 심각한 문제는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에 지금 매수하라고 제안한다. 만약 그 사람이 정말로 그 자리에서 내가 알려준 종목을 사려고 하면, 즉시 멈추고 앞으로 절대로 주식 투자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나는 실제로 투자하고 있고 믿음이 가는 주식을 알려주긴 한다. 그러나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를 믿고 투자한단 말인가? 내가 말하는 숫자가 거짓말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소한 숫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실시간 예상 급등, 무료 종목 추천, 수익률 공개, 5일 무료 체험."

"500전 500승, 데이트레이딩 비법 공개."

"수익률 133% 달성, 월 수익 3% 보장."


평소에 관심 없는 사람도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 파란불이 들어온 계좌를 보면 이런 종목 추천 광고에 혹할 때가 있다. 한 번은 궁금한 마음이 생겨서 종목 추천 사이트에 들어가 무료 체험 서비스를 받아보려고 회원가입을 했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나니 갑자기 전화가 쏟아졌다. 지금 신청한 서비스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조금 더 고수익을 원하면 더 비싼 프리미엄 서비스로 업그레이드를 하라고 했다. '여기도 열심히 사기치고 있구나' 생각나고 바로 끊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아무도 수익률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 투자를 권유하면서 원금을 보장해준다고 하면 무조건 걸러라. 투자에서 원금 보장이라는 전제부터 틀렸다.




"이거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된다. 너니까 특별히 알려주는 거야!"

"내가 하는 스터디에서 나온 정보거든. 나도 우연히 들었는데 너만 알고 있어!"

"선배, 제가 아는 동생의 지인이 OO에 다니는데요. 내부 정보로 도는 게 있는데 한번 같이 사보실래요?"


주변의 소음을 무시하려면 항상 모두를 의심해야 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은 물론 친한 친구, 동료, 선후배, 심지어 가족까지도 말이다. 아무리 소중한 사람들도 내 돈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돈 문제가 엮이면 좋은 관계도 깨질 수 있다. 내부자 정보 매매 자체가 불법이기도 하지만 설령 한다 하더라도 나에게까지 그 정보가 들어왔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그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보가 실현되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더 이상 주가가 오를 재료가 없는 쓰레기 주식만 손에 남는다. 바로 '설거지 수급'이 된 것이다. 누군가 좋은 정보라고 알려주면 반사적으로 이렇게 생각하라. '왜 이런 좋은 정보를 나한테?'



이상한 정보를 알려준 사람이 잘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증권사 계좌를 만들고 주식을 매수할 때, '본인은 투자 상품 구조와 원금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이해했으며, 투자로 인한 손실은 본인이 책임지겠다'고 서약을 한다. 주식 시장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아주 무서운 곳이다. 경계심을 푸는 순간 눈 뜨고 코 베이기 십상이다. 어릴 적에 부모님과 선생님께서 '이상한 사람이 사탕 쥐어주면서 따라오라고 하면 절대 가지 말라'고 수없이 경고했다. 주식 시장도 똑같다. 처음 보는 사람이 달콤한 미래를 약속한다면 이렇게 말하라. '당신 말이 사실일지언정, 나는 안 먹고 만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04 주식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면 (1/28 발행 예정)

꿀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3가지 꿀팁


주식이랑 거리를 두자.


주식에게 이별을 통보해보자.


주식마다 역할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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