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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r 25. 2023

반도체 반등을 기대한다

CEO's Spirit 12.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기 위한 모멘텀

Keywords

-도쿄와 프랑크푸르트: 현재가 아닌 미래

-사업보고서: 컨센서스와 가이던스

-주주총회: 배당과 투자

-이사회: 전략과 전술

-신경영과 뉴삼성: 약속이 아닌 증명


1983년 2월 8일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회장은 도쿄에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10년 동안 손해를 봐도 좋으니 투자를 게을리 하지 말자던 그의 신념 덕분에 삼성전자는 10년 만에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에 올랐다. 1993년 6월 7일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초일류가 되기 위해 철저히 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그의 의지 덕분에 삼성전자는 30년 동안 메모리반도체 1위 자리를 지켰다. 불가능해 보였던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결단을 내린 오너 회장이었다. 오너 회장이 장기적인 방향을 확실하게 알려주면 경영진은 앞만 보고 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생각이 담긴 몇 가지 이벤트를 보면 2023년 또 하나의 위대한 선언이 나올 것만 같다.



1. 사업보고서, 주가는 뉴스보다 먼저 움직인다.


매년 3월은 기업 IR팀이 가장 분주한 달이다. 기업의 전년도 성적표를 주주들에게 공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에 상장된 모든 기업은 3월 31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삼성전자는 3월 7일에 제출을 완료했다. 사업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업의 내용'과 '재무에 관한 사항'이다. 하지만 사업의 내용은 전년도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추가로 확인할 내용은 거의 없고, 재무에 관한 사항 역시 잠정실적을 통해 대부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사항은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보고서를 매년 읽어봐야 하는 이유는 경영진이 어떤 사업 계획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함이다. 시장에서 형성된 컨센서스와 기업에서 제시한 가이던스를 비교하면 뉴스보다 먼저 움직이는 주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펀더멘탈 회복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증시의 대장주로서 금리나 환율 같은 매크로 이슈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기도 하지만 결국 본업을 잘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루어진다. 삼성전자의 본업 가운데 주가를 견인할 만한 사업은 스마트폰과 반도체가 있는데, 현재는 양쪽 사업 전망이 모두 역대급 최악이라 주가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펀더멘탈이 회복되려면 우선 메모리 재고가 감소하면서 실적을 회복하고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에서 기술 격차를 좁혀 스마트폰 점유율을 상승시켜야 한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상반기에 메모리 재고가 피크아웃을 하면서 하반기에 실적 개선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재고 감소가 확인되기 전에 재고 증가 폭이 둔화되기만 해도 주가는 기대를 선반영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기 위한 두 번째 조건은 센티멘트 개선이다. 모바일AP에서 엑시노스가 밀려나고 파운드리에서 TSMC에게 수주를 빼앗기며 삼성전자의 경쟁력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10년 만에 메모리, 갤럭시, LCD 세계 1위로 도약하며 회의론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과거를 상기하면 시스템반도체 비전이 선포된 지 5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성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센티멘트가 개선되려면 선단공정 파운드리의 수율을 잡아 CPU나 GPU의 대량 수주를 따내야 한다. 기업의 가이던스도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과 2나노 공정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운턴을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TSMC의 3나노 캐파가 넘쳐서 넘어오는 기회를 잘 잡으면 주가는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2. 주주총회, 주가는 사장도 움직이지 못한다.


매년 3월은 기업 IR팀이 가장 긴장하는 달이기도 하다. 특히 실적이 좋지 못하면 주주들의 원성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3월 중으로 대부분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진행하는데, 삼성전자는 3월 15일에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배당 결의,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투표로 결정한다. 그러나 소액주주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대주주의 지분이 과반수에 달하거나, 소액주주의 지분을 합쳐도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비록 결과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주주총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기업의 사장도 주가를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배당을 요구하고 투자를 집행하는 데 주주들이 한목소리를 내면 주가의 방향이 변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기 위한 세 번째 모멘텀은 사이클 탈출이다. DRAM은 3개 업체, NAND은 5개 업체로 구조조정이 되었지만 여전히 경기에 따라 실적이 크게 요동친다. 그동안 반도체 산업의 진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던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도 이번 슈퍼사이클의 추락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주주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배당을 일정하게 지급하기 위해서는 산업이 구조적으로 성장한다는 신뢰가 형성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주문을 받고 제조를 시작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스마트폰 사업 수준의 이익이 창출되고, 로직 반도체의 기능을 보완하고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가 본격적으로 수익화에 진입하면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 부문을 분할함으로써 주가의 희석효과가 사라지고 멀티플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기 위한 네 번째 모멘텀은 초격차 지속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50년 역사에서 수차례의 위기마다 살아남은 기업들은 더욱 강해지는 강익강 현상이 나타났다.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물론 능력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주주들은 과도하게 투자하다가 기업이 고꾸라질까봐 걱정하지만 경영진은 용기를 갖고 지금이 경쟁자를 따돌릴 타이밍이란 점을 설득해야만 한다. 따라서 자회사와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수혈해서 기술과 인재를 확보하고, 경쟁사가 직접적인 물량 감산에 돌입할 때 차세대 공정이나 장비를 도입해 경쟁력을 제고하면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 중 하나가 아닌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라는 프레임에서 주가 역시 리레이팅 될 수 있다.



3. 이사회, 주가는 꿈을 먹고 자란다.


매년 3월은 기업의 IR팀도 힘들지만 더 힘든 사람들도 있다. 기업의 성적표가 부진하면 주주들은 이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압박한다. 기업은 이사회를 소집해서 업무를 논의하는데,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27일 정기 이사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회에서는 회의를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이나 인수합병 같은 중요한 안건을 논의한다. 사실상 주주라고 해도 관여할 수 없는 임원들의 독립적인 기구이다. 주식회사의 소유와 경영은 확실히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사회의 결정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경영진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위함이다. 전략과 전술이라는 레시피와 유텐실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꿈을 먹고 자란다고 하는 주가 역시 가시화되는 실적을 따라 높은 가치도 정당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기 위한 다섯 번째 조건은 선택과 집중이다. 반도체 산업을 수박겉핥기 식으로 공부한 사람들은 메모리반도체보다 변동성이 작고 규모가 큰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올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확실한 강자가 있는 시장을 피하고 충분히 싸워볼 만한 시장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경영 원칙이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나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DRAM과 NAND 만큼이나 단단한 과점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메모리반도체라는 본진을 확실하게 지키면서 시스템반도체라는 멀티를 만드는 전략이 유효하다. 최근에야 시장에서 주목하기 시작한 HBM-PIM이나 CXL-PNM 같은 기술 뿐만 아니라 3D DRAM나 1000단 NAND 같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향후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기 위한 여섯 번째 조건은 인수와 협력이다. 몇 년 전에는 비싸서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기업들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저렴한 가격에 매물로 나왔다. 물론 돈만 있다고 기업을 사고 팔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본질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업이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수를 고려할 수 있다. 한편 반도체 기업들을 합종연횡하여 시장 파이를 키우고 반도체를 내재화하려는 빅테크에 맞서 싸우는 전술도 필요하다. 애플실리콘이나 구글실리콘으로 반도체 산업에 침투하는 잠재적 경쟁자에 맞불 작전으로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진출한다면 주가에 새로운 스토리가 그려질 것이다.



진정한 선언은 말로만 약속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1993년 이건희 선대회장은 신경영 선언 이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직접 신경영 철학을 설파했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의 모든 임직원은 회장이 바라는 꿈에 공감하고 고된 현실도 이겨낼 수 있었다. 2020년 10월 25일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이후 이재용 회장은 뉴삼성 선언을 했다. 하지만 약 2년 반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뉴삼성의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의 임직원들도 방향을 잃고 헤메고 있다. 2023년 이재용 회장이 제창한 뉴삼성 비전을 이제는 보여줄 때가 되었다. 도쿄 선언 40년, 프랑크푸르트 선언 30년 이후 세계 어딘가에서 진행될 지 모르는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 선언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퀀텀점프 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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