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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Feb 11. 2022

유소유 #06 왜 내 통장만 항상 텅장이 될까

세상에서 저축이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3가지 노하우

주변에서 부동산 영끌로 몇 억을 벌었다거나, 주식 빚투로 수백 퍼센트 벌었다거나, 코인 단타로 벼락부자가 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당장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 FOMO(Fear Of Missing Out)에 빠지기 십상이다. 누군가는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그들을 졸부 취급한다. 하지만 운이 좋건 나쁘건 간에 그들에게는 돈이 있었기 때문에 기회가 있었다. 저축 한푼 없이 부자가 될 확률은 희박하다. 어쩌다 돈벼락을 맞더라도 저축하는 힘이 없다면 돈을 지키지 못하고 금방 탕진할 것이다. 즉, 저축은 부자가 되는 시작점일 뿐만 아니라 부자로 오래 남기 위한 마음 수양의 과정이다. 따라서 오늘은 저축이 힘든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는 3단계 노하우를 준비했다.



1. 대문부터 닫아라.


"저축을 하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야할 지 전혀 모르겠어요."

"물을 채우려면 우선 새는 구멍부터 막아야 됩니다. 줄일 수 있는 지출부터 줄여보세요."

"저는 더 이상 줄일 지출도 없는데... 최대한 줄인다고 줄인 게 이 정도에요."

"제가 볼 땐 여기 넷플릭스 구독은 끊고 배달의민족 어플도 지워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처음부터 가혹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이 말을 하고 '넷플릭스가 삶의 유일한 낙인데 이것마저 못하면 어떻게 사냐'부터 '퇴근하고 야식 배달 한번 시켜먹는 게 그리 큰 죄냐'까지 수없이 많은 공격을 당했다. 이에 대해 두 가지 답을 먼저 하고 싶다. 먼저 영화를 챙겨보고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삶이 인생에서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면 이 글을 닫아라. 소비 가치관은 정치나 종교만큼 이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배달의민족 없이도 사람은 살아간다. 심지어 당신도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살아왔다. 어쩌면 필요해서 쓰는 게 아니라 쓰다 보니 필요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은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간다.




구독을 끊고 어플을 지우는 목적은 소비를 통제함으로써 필요(need)와 욕구(want)를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에어팟을 끼면 선이 꼬이는 불편함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광고 스킵과 백그라운드 재생으로 영상 시청이 편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정말 삶에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일까? 유용하지만 필수까지는 아닐 것이다. 나도 에어팟과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하고 나서 수년이 지났지만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 오히려 에어팟과 유튜브 프리미엄을 안 쓰다 보니 출퇴근길에서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책을 읽으며 자기계발에 힘쓸 수 있었고, 통장에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돈이 새어나가는 구멍을 모두 막아보아라. 이때 과감하게 전부 해지하고 처음으로 돌아가길강력하게 추천한다. 왜냐하면 하나씩 따지면 점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모두 해지하고 며칠 지내면,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지는 것도 있고, 없으면 삶이 너무 불편해져서 다시 찾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있다. 전자를 버리고 후자를 택하면 된다. 여담이지만 주식 투자에서도 계속 꼬이는 느낌이 들면 모두 현금화해서 처음부터 포트폴리오를 재구상하는 전략도 있다. 주식을 매도하면서 손절비용과 거래비용이 발생하겠지만 답이 없는 퍼즐 조각을 맞추느라 끙끙 앓느니 아예 새로운 판을 짜는 게 나을 수도 있다.



2. 도둑놈을 잡아라.


"말씀하신 대로 넷플릭스 끊고 배달의민족 지웠습니다."

"아주 잘하셨군요. 그럼 이제 구멍은 막았으니까 물을 더 끌어올 수 있는 데를 찾아보죠."

"아니, 넷플릭스랑 배달의민족도 없앴는데 어디서 더 돈을 끌어온다는 거죠?"

"혹시 본인이 한 달에 식비로 얼마 지출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구독을 끊고 어플을 지웠는데도 생각보다 지출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돈이 대놓고 나가는 대문을 닫는 것은 저축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제는 창문과 굴뚝으로 몰래 빠져나가는 도둑놈들을 찾아야 한다. 나의 지갑에 몰래 손을 대는 도둑놈들을 찾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은행 앱이나 자산관리 앱을 켜서 본인의 모든 소비 내역을 기록하는 것이다. 자신이 한 달에 지출하는 교통비, 통신비, 식사비가 얼마인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필요'라는 명목으로 맹목적으로 쓰이는 돈이기 때문이다. 교통, 통신, 식사 없이 살아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러한 지출에서도 근절은 아니더라도 절약은 할 수 있다.





아마 본인의 소비 내역을 살펴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심지어 나는 '절대로 내가 이렇게 흥청망청 썼을 리 없어'라며 현실을 부정하기도 했다. 나는 매달 교통비와 통신비 각 5만 원, 식사비 25만 원 정도 썼다. 많이 쓴 건 아니지만 죽을 만큼 아껴보겠다고 했는데도 이만큼 썼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나는 투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이 세 군데에서도 쥐어짰다. 교통카드를 나라사랑카드로 교체해서 매달 교통비를 15%씩 할인받았고, 알뜰폰으로 전환해서 통신비도 반토막 가까이 냈다. 식사도 최대한 집 안에서 해결해서 절반으로 줄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적응이 되니까 살만해졌다. 사람은 위대한 적응의 동물이다.




필수 지출도 줄일 수 있는데 다른 지출은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사실 몸이 조금 고생하고 마음만 굳게 먹으면 못할 건 없다. 대부분의 소비 도둑놈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는 틈에 통장에서 돈을 빼 간다. 예를 들어 비싼 옷이 여러 벌 없어도 살아가는 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구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지켜본다는 부담이 충동 구매를 유발한다. 또한 내가 산 물건이나 경험을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자랑하기 위해 소비하는 주객전도가 발생한다. 모든 소비 내역을 점검하면서 한번씩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이걸 왜 샀을까? 안 사도 괜찮지 않았을까?'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3. 마크맨을 붙여라.


"소비를 줄이니 삶이 피폐해졌어요. 저축을 늘리려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네요..."

"고생 많으셨어요. 사실 소비는 아무리 줄여도 한계가 있죠. 그럼 이제부터는 소득을 늘려봅시다."

"저는 지금 다니는 직장 일만 해도 너무 바쁜걸요? 더 이상 일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노동을 하지 않고도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있는데 궁금하지 않으세요?"


도둑이 문을 가리지 않고 들어오는데 한 사람이 집 전체를 지키면 무조건 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담 마크맨을 붙여야 한다. 마크맨 전략의 시작은 여러 통장과 종이 봉투다. 일단 쓰고 보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한도를 정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든 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월급을 받자마자 투자 통장, 교통통신 통장, 식사 통장, 소비 통장 등 여러 통장으로 돈을 나눴다. 그리고 현금으로 인출해서 종이 봉투에 넣어뒀다가 결제 전날 다시 입금했다. 이렇게 하니 현금이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고, 은행에 가기 귀찮아서 돈 쓰는 일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소비를 짜릿하고 즐거운 행위에서 고통스럽고 피곤한 행위로 전환시킨 것이다.




1단계에서 눈앞의 불을 빨리 끄고, 2단계에서 화재 원인을 꼼꼼하게 조사했다면, 3단계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 본인이 어디에 얼만큼 지출하는지 알고, 반드시 필요한 지출과 사치를 부린 지출을 구별하는 눈이 생겼을 것이다. 1단계와 2단계에서 소비의 즐거움을 포기했던 당신에게 한 가지 희망적인 소식이 있는데, 당신이 원했던 그 소비를 영원히 할 수 있게 해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 거위가 낳은 알을 불로소득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시스템 수익'이란 용어가 와닿는다. 구독료가 매달 자동적으로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듯이 시스템 수익은 매달 자동적으로 내 통장으로 흘러들어온다.




'여러 통장과 종이 봉투'가 마이너스를 줄이는 전략이었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플러스를 늘리는 전략이다. 어려운 말로 '소득 파이프라인'을 늘린다고 표현하는데 평일 저녁이나 주말 시간을 활용해 부업을 하거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수익 창출을 하거나,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로 배당이나 월세를 받을 수 있다.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FIRE족은 현금 10억 원을 가만히 들고 있는 게 아니라, 10억 원 짜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고 거기서 나온 황금알로 내 지갑을 지켜줄 마크맨들을 여기저기 세운 것이다. 특별히 일하지 않고 배당으로 교통비와 통신비를 충당하고, 월세로 식사비를 지불할 수 있다면 꿈의 자산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지금까지 세상에서 저축이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3가지 저축 노하우를 소개했다. 사실 저축의 노하우는 매우 간단하다. 음식은 덜 먹고 운동은 더 하면 반드시 다이어트에 성공하듯, 저축의 필승 공식은 덜 쓰고 더 버는 것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실천하는 게 어렵다. 특히 소비에는 한 사람의 가치관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한순간에 바뀌기는 당연히 어렵고 아무리 마음 먹어도 도저히 건드릴 수 없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만약 왜 항상 내 계좌만 '텅장'이 되는 건가 궁금하다면 한번쯤은 자신의 소비 패턴과 스타일을 진단하고 그 속에서 해결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소비에 있다면 정답도 소비에 있다.



<다음 편 예고>

유소유 #06 장기투자? 그거 그냥 존버하는 거 아닌가요? (2/18 발행 예정)

장기투자에 대한 3가지 오해와 진실


모든 주식에 장기투자 할 수 없다.


존버와 장기투자는 엄연히 다르다.


한국 주식도 장기투자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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