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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Feb 18. 2022

유소유 #07 존버가 장기투자 아닌가요

장기투자에 대한 3가지 오해와 진실

지나고 보면 뻔해 보이는 게 있다. 20년 전에 삼성전자를 사두었다면 떼돈을 벌었을 게 자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사람들이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 사서 10년 이상 보유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면 '지금은 너무 늦었어'라는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삼성전자가 10년 뒤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해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사람들도 '지금은 너무 고평가'라는 핑계를 대며 매수를 꺼린다. 오늘은 2020년에 삼성전자 장기투자를 맹세한 뒤 조용히 눈물을 머금고 손절한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장기투자자'들을 위한 마음으로 포스팅을 한다. 장기투자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진실을 깨우침으로써 '언행일치 장기투자자'가 되길 바란다.



1. 모든 주식에 장기투자 할 수는 없다.


2020년 '동학개미운동'을 이끌며 '존봉준'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모든 강연과 방송에서 한 가지 일관된 철학을 전파했다. 그는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사 모으는 것'이라는 장기투자의 핵심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서 놓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또 다른 핵심 철학이 있다. 바로 '갖고 싶은' 주식을 사 모으라는 가치투자 개념이다. 그는 분명히 이렇게 말한다. '아무 주식이나 사 모으라는 게 아니다. 코스피200에는 갖고 싶지 않은 기업도 많다.' 즉, 진정한 장기투자는 가치투자를 내포하는 개념이고, 더 쉽게 말하자면 모든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건 옳지 않다. 장기투자할 만한 기업은 따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어떤 기업에 장기투자 해야 할까? 한 마디로 요약하면 실적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기업이다. 가치투자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주가는 실적에 수렴한다'는 것이다. 가까이서 보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오른다는 걸 전제로 투자하기 때문에 장기투자자는 하루하루의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투자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런 믿음을 전제로 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적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기업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정답은 사업보고서에 있다. 사업보고서를 이해하는 방법은 지난 포스팅 '재무제표, 어렵지 않아요'에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반대로 실적이 장기적으로 횡보하거나 우하향하는 기업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실적이 횡보한다면, 즉 사이클을 타는 기업이라면 하락 국면에서 들어가고 상승 국면에서 나와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산업의 사이클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공부가 되어있지 않으면 고점에 물려서 손절하기 딱 좋다. 한편 실적이 우하향한다면 뒤돌아볼 것도 없다. 가능한 빨리 털고 나오는 게 맞다. 이미 평가손실을 본 게 아쉬워서, 본전까지 오길 기다리거나 약간의 반등을 기대하고 들고 있는 건 투자 마인드가 전혀 없는 발상이다. 만약 이런 기업을 오래 들고 있으면서 장기투자 중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면 심각한 것이다.



2. 존버와 장기투자는 엄연히 다르다.


존 리 대표 얘기로 다시 돌아와, 가치투자에 기반한 장기투자를 어느 정도 이해한 사람들은 이런 질문도 한다. '그러면 제가 갖고 싶은 주식에 장기투자하면 되는거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실적이 우상향하면서 주가도 상승하기 때문에 옳다. 하지만 '좋은' 장기투자는 아닐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가격'과 '가치'는 다르기 때문이다. 가치투자는 주식의 시장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낮을 때 또는 현재 가격과 가치가 엇비슷하더라도 향후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때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좋아하는 기업을 아무 때나 매수하고 존버하는 게 아니라 좋은 기업을 지금 싸게 싸거나 앞으로 좋아질 기업을 미리 사는 게 가치투자다.



좋은 기업은 실적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기업이라고 말했는데, 싸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여기부터 투자가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적정가치는 상황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선입견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만 원대의 삼성전자를 본 사람은 현재 7만 원대의 삼성전자가 여전히 비싸다고 느낄 수 있는 반면, 삼성전자가 9만 원대일 때 처음 봤던 사람은 지금 주가는 싸게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주식의 적정가치를 계산할 때는 최소 5년에서 10년 사이의 실적과 주가 흐름을 보면서, 좋을 때는 어디까지 실적이 올라가고 얼마나 고평가를 받았는지, 반대로 나쁠 때는 실적이 어디까지 내려가고 얼마나 저평가를 받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한 장기투자자라면 ‘존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 장기투자는 힘들게 버티는 게 아니라 기분 좋게 기다리는 것이다. 정말 크게 오를 주식이라면 싼 가격에서 오래 기다려주는 게 좋지 않은가? 그리고 장기투자라고 무조건 '매수 후 보유'하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장기투자는 좋은 기업을 발굴해놓고, 가격이 낮아지거나 가치가 높아지기를 기다리다가, 기회가 오면 사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더라도 꾸준히 실적과 전망을 모니터링하는 게 진정한 장기투자다. 존버하는 사람들은 하락장이 오면 이를 악물고 버티지만, 가치투자에 기반한 장기투자자는 하락장이 오면 설렌다. 흔한 기회가 아니니까 말이다.



3. 한국 주식도 장기투자 할 수 있다.


사실 이 얘기를 하고 싶어서 오늘 주제를 선정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장기투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 주식으로 단타치고, 미국 주식으로 장투한다'는 말까지 생겼다. 하지만 좋은 기업을 싼 가격에 사거나 좋아질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산다는 장기투자의 2가지 규칙은 한국 주식이나 미국 주식이나 똑같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미국 주식을 좋아하고 실제로 미국 기업에도 장기투자하고 있다. 당연히 미국은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나라이기 때문에 투자하기 좋다. 하지만 이미 좋은 것과 앞으로 좋아질 것 중 나는 후자의 미래에 더 크게 베팅하고자 한국 주식 비중을 늘리는 중이다.



한국 시장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주주 친화적이지 않은 기업, 외부 변수에 취약한 시장을 근거로 든다. 그런데 삼성전자를 필두로 SK텔레콤, CJ제일제당은 분기배당을 발표했고 KB금융,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단행했다. 미국 기업들의 주주 친화정책을 한국 기업들이 따라하는 건 지금부터 시작이지 않을까? 그리고 골드만삭스는 이르면 2024년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확한 시점이 아닌 거대한 방향에 주목하길 바란다. 나는 젊은 세대의 돈에 대한 관심과 기술을 통한 투자 접근성 제고가 한국 시장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외부 변수로부터 한국 시장을 지키는 건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다.



한국 주식으로 장기투자하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실적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하는 좋은 기업들을 많이 찾고, 그중에서 가치 대비 가격이 많이 낮거나 앞으로 가치가 많이 올라갈 기업을 사서 기다리면 된다. 아무 종목이나 무턱대고 사서 존버하지 마라. 안 팔겠다는 각오로 들어가서 오래 걸리면 기다리면 되고 주가가 예상보다 빠르게 많이 오르면 팔아도 된다. 연인은 마음대로 만났다 헤어졌다 할 수 없지만 주식은 가능하다. 그리고 한국 주식만 기다리면 미국 주식이 잘나갈 때 소외감이 들 수도 있으니 두 가지를 골고루 섞는 방법도 있다. 결론은 어디에 투자하든 가치투자에 기반한 장기투자가 정답이다.



빌 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2년 안에 일어날 일은 과대평가하지만 10년 안에 일어날 일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이 사고방식이 장기투자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당장 모든 사람들이 자율주행 자동차로 출근하거나 메타버스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을까? 2032년에는 가능할지 몰라도 2024년에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왜 자율주행이나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면서 1년, 아니 1개월 만에 대박을 치려고 하는가? 장기투자하겠다는 마음과 단기매매하는 몸이 불일치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존버를 하면서 장기투자라고 착각하지 말고 본인의 투자가 몇 년짜리인지 점검해보길 바란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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