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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Feb 23.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04 종합식품&푸드서비스

현대판 예송논쟁, 비비고 대 종가집/커피는 맥심

종합식품: 먹는 것만큼은 당신도 전문가가 될 수 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2018년부터 'FANG'과 'MAGA', 2020년부터 테슬라와 엔비디아 같은 기술주가 저세상 모르고 날아갈 때 조롱받던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었다. 작년까지 '가치투자의 시대는 끝났다',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꿈이 있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던 사람들이 올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그런데 이때 조용히 웃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투자의 신, 워런 버핏이다. 사람들은 워런 버핏의 투자 비결을 캐내기 위해 그의 포트폴리오를 열어보지만 곧 실망하고 만다. 왜냐하면 예전과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워런 버핏이 사랑하는 '코카콜라'와 '크래프트 하인즈', 이 둘의 공통점에 주목해보자.



10년 뒤, 테슬라와 코카콜라 중 어떤 기업의 주가수익률이 높을까? 일론 머스크의 비전대로 흘러간다면 당연히 테슬라다. 그런데 평생 팔지 못하고 하나의 주식에 전재산을 걸어야 한다면? 나는 코카콜라를 택할 것이다. 음식료, 특히 필수소비재에 가까운 식품 주식의 최대 장점은 안정성이다. 주가는 지지부진하더라도 배당은 꼬박꼬박 나올 것이다. 대한민국 식품 주식 중 라면, 과자는 이전 편에서 다루었고 음료, 술/담배는 다음 편에서 다룰 것이다. 오늘은 가장 넓은 커버리지를 자랑하는 종합식품과 카테고리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주름잡고 있는 기타식품으로 나눠보았다. 종합식품 대표 기업으로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이 있고, 모두 상장 주식이다.


CJ제일제당은 대한민국 식품 대장주다. 간편함의 대명사 '햇반', 모든 음식에 스며드는 '백설', 미식 분위기를 내는, K-푸드 선봉장 '비비고'까지 CJ제일제당의 식품만으로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다. 식품 주식은 대표적인 내수주로서 안정성은 높지만 성장성은 낮은 게 일반적인데 CJ제일제당은 내수는 물론 수출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비비고의 김치와 만두는 농심의 라면과 찰떡궁합이지 않겠는가. CJ제일제당의 한 축이 '글로벌'이었다면 다른 한 축은 '바이오'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천랩'을 인수하며 사료축산 중심의 그린바이오, 생물자원 기반의 화이트바이오, 신약개발 목적의 레드바이오까지 바이오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CJ제일제당이 밥, 피자, 김치, 식용유 가릴 것 없이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각 카테고리마다 독주를 막는 경쟁사가 있다. 그중에서 오뚜기와 대상은 커버리지가 넓은 종합식품 기업이다. 오뚜기는 라면 기업 소개에서도 등장했는데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의 관계처럼 농심이 라면 올인이라면 오뚜기에게 라면은 하나의 사업부다. 오뚜기는 라면 외에 오뚜기밥, 오뚜기피자, 오뚜기카레, 오뚜기만두 등 다양한 식품군을 취급한다. 특히 오뚜기의 초기 성장을 이끈 오뚜기케찹은 워런 버핏의 크래프트 하인즈도 철수시켰다. 대상은 종가집 김치, 청정원 식용유, 미원 조미료, 순창 고추장처럼 메인음식의 풍미를 돋우는 식품계의 명품 조연이라 할 수 있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은 모두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나아가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게다가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식품 사업의 안정적인 매출을 기반으로 바이오 사업을 키우고 있다. 즉, 종합식품 업체들의 현재 주요 과제는 '글로벌'과 '신사업'이다. 글로벌 확장은 식품 기업의 숙명인데 물가 상승에 따라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지만 판매량을 늘리는 데는 내수 수요만으로는 벅차기 때문이다. 여기서 식품 주식에 투자할 때 중요한 힌트가 나온다. 식품 기업에 투자할 때는 제품원가와 식탁물가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해외 수출이 가능한 인프라와 브랜드 경쟁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한편 식품 기업들은 본업에서는 건강식과 간편식이라는, 얼핏 보면 상반되는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소비층이 40~50대 이상이었다면 이제는 20~30대까지 낮아졌다. 이와 함께 한 끼를 먹더라도 영양소를 골고루 챙기는 건강한 한 끼 문화가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과 1인 가구의 증가로 전통적인 상차림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다. 그러자 이미 손질이 되어있는 음식을 마무리만 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밀키트와 HMR(가정간편식)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즉, 사람들은 간편하면서도 건강한 식사를 원한다. 식품 기업 투자의 두 번째 체크포인트는 장기적인 식습관 트렌드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다.


식품 기업 투자의 마지막 키워드로 살펴볼 것은 프리미엄을 지불할 만큼 강력한 브랜드를 갖고 있는지 여부다. 유통주와 식품주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일반적인 경우에 우리는 어떤 편의점을 가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갈 뿐이다. 하지만 먹거리는 다르다. 햇반이냐 오뚜기밥이냐, 비비고 김치냐 종가집 김치냐, 이 모든 게 선택이다. 특히 K-김치의 자부심을 건 비비고와 종가집의 한판 승부는 감히 현대판 예송논쟁이라 부를만하다. 이때 식품의 맛 못지않게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다. 정감이 가는 브랜드, 믿음이 가는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이라면 주식 역시 가지고 싶고 모으고 싶다.



주식 투자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유통주를 추천했던 이유는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찬가지로 식품주도 대표적인 일상 속의 주식이다. 게다가 요리 전문가는 있을지언정 식사 전문가는 따로 없다. 사람들의 입맛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에 나에게 맛있는 음식은 남에게도 맛있을 확률이 높다. 즉, 당신도 먹는 것만큼은 그 누구보다 실력이 뒤지지 않는다. 기업이 작성하는 사업보고서나 증권사가 발행하는 리포트에 찍히는 구체적인 숫자도 중요하지만 내 삶과 관련 없는 숫자는 몸으로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식 투자를 감으로만 해서는 안 되겠지만 업계 분위기나 대중 선호도에 대한 감을 잡는 것은 분명 투자 성과에 도움이 된다.



푸드서비스: 잘 키운 메가브랜드 하나, 열 제품 부럽지 않아.

#동서 #동원F&B #동원산업 #동원시스템즈 #현대그린푸드


안성기, 이나영, 원빈, 공유, 김연아, 그리고 박서준까지.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연예계와 스포츠계를 주름잡던 대스타이기도 하지만 나는 이 배우들을 보면 커피가 연상된다. 안성기 배우는 '커피는 맥심'이라는 심플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카피로 무려 37년 동안 맥심 커피의 모델로 활동했다. 그러면 영화배우 강동원, 축구선수 지동원, 트롯가수 정동원의 공통점은 보이는가? '동원'이라는 이름을 공유하는 이들은 강참치, 지참치, 정참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아마 대한민국의 모든 동원이는 참치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어떤 사람이나 단어를 보고 특정 기업이나 브랜드가 연상되는 건 모든 CEO가 꿈꾸는 일이다.



요즘처럼 하루아침에 세상이 뒤바뀔 때는 ‘작게 시작하라’는 경영 전략이 빛을 발한다. 이것 저것 다 하려다가 이도 저도 아닌 기업이 되느니 단 한 가지만이라도 확실하게 하는 기업을 ‘카테고리 킬러’라고 지칭한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대상 같은 종합식품 기업도 역사를 돌이켜보면 설탕, 카레, 조미료라는 카테고리 킬러로 시작했다. 종합식품과 비교하기 위해 기타식품이라고 명명했는데 지금부터 하나의 카테고리만큼은 그 누구에 뒤지지 않는 기타식품 기업들을 빠르게 훑어볼 것이다. 그리고 식품 제조가 메인 사업은 아니지만 식품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같이 살펴볼 것이다.


동서는 커피 카테고리 킬러로 '맥심'을 만드는 동서식품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맥심, 카누, T.O.P의 경쟁 제품으로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네슬레 수프리모, 롯데칠성 칸타타가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머릿속에 '커피는 맥심'이다. 동서는 안정적인 식품 사업부를 중심으로 포장 및 물류 사업부를 강화하면서 수직 통합을 꾀하고 있다. 한편 동서식품은 이태원에 '맥심 플랜트'라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고객들이 커피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여담이지만 동서식품은 스타벅스의 RTD(Ready To Drink) 커피를 제조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파트너사다. 그야말로 커피 프랜차이즈 일인자와 커피 믹스의 일인자의 콜라보라고 할 수 있다.


식품 산업을 공부하다 보면 F&B라는 용어가 종종 등장한다. F&B는 Food&Beverage의 약자로 식음료라는 뜻이다. 통조림으로 유명한 동원F&B도 참치 카테고리 킬러지만 뿐만 아니라 김(양반), 햄(리챔), 요거트(덴마크), 우유(소와나무) 등 다양한 식음료를 취급한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계열사 SPC삼립은 빵 카테고리 킬러이며, 풀무원과 하림은 각각 두부와 닭고기 카테고리 킬러다. 그리고 '이 회사도 주식이 있었어?'라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기업도 있다. 바로 '허니콤보' 열풍의 주인공 교촌에프앤비와 '싸이버거' 신화의 주인공 맘스터치다. 아쉽게도 맘스터치는 올해 3월 30일에 자진 상장폐지를 한다.



식품 주식으로 분류되지만 식품 제조보다 다른 사업이 더 중요한 동원산업과 삼양사도 있다. 얼핏 들어본 이름이 나와서 헷갈릴까 봐 설명을 보태자면 동원산업과 동원F&B는 둘 다 동원그룹 계열사지만 사업 영역은 다르다. 동원F&B는 소비자에게 참치캔 완제품을 가공 판매하는 B2C 사업 비중이 높고, 동원산업은 바다에서 참치를 잡아 물류 유통하는 B2B 사업 비중이 높다. 삼양사와 삼양식품은 이름이 비슷해서 계열사로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삼양라면과 불닭볶음면을 만드는 기업이 삼양식품이고, 삼양사는 설탕과 밀가루를 만드는 식품 사업부와 엔지니어링플라스틱과 이온교환수지를 만드는 화학 사업부로 구성되어 있다.


식품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만들어진 식품을 유통하는 일도 아주 중요하다. 식자재 유통업체는 음식점에 납품도 하지만 학교나 직장에 단체급식 형태로 납품하는 사업도 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국내 식자재 유통업체로는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가 있다. 이 중에서 현대그린푸드,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가 주식 시장에 상장되어 있다.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그룹사별로 임직원들의 급식을 전담하는 업체가 정해져 있다. 대기업을 상대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대규모 매출을 올릴 수 있는 B2B 비즈니스라는 점이 식자재 유통업체의 가장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카테고리를 커버하는 종합식품 기업과 특정 카테고리를 타깃하는 기타식품 기업을 소개했다. 그렇다면 이제 궁금한 건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기업들 중에서 어느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첫 번째로 누구나 아는 메가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고물가 시대가 와도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메가브랜드는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수익을 안겨줄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두 번째로 글로벌브랜드가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할 때도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글로벌브랜드는 기업과 나의 자산을 증식시켜 줄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나의 밥상에는 오뚜기의 오뚜기밥,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가 거의 빠짐없이 놓여있다. 식사를 마치면 동서의 맥심 화이트골드 한 잔을 마시는 게 일상이다. 밥을 차려먹기 귀찮은 날에는 풀무원의 밀키트를 조리해먹고, 직장에 출근하는 날에는 아워홈에서 제공하는 급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막상 먹을 때는 몰랐는데 마트에서 장을 보든 온라인으로 장을 보든 음식을 살 때는 브랜드를 보고 사는 것 같다. 조금 저렴한 이름 없는 브랜드 제품에 도전하느니 약간 웃돈을 얹어서라도 익숙한 맛을 선택한다. 내가 사 먹는 음식을 만드는 기업과 동행해보는 건 어떨까. 이왕이면 돈을 따박따박 벌어다 주는 효자 같은 메가브랜드를 가진 기업으로 말이다.



<다음 편 예고>

주가 없는 주식학 #05 음료&기호식품 (3/9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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