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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r 04. 2022

유소유 #09 삼성전자 지금 사도 될까요

삼성전자 주주에게 던지는 3가지 질문

미리 밝히자면 나는 삼성전자 주주가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관련 사업보고서, 리포트, 뉴스는 반드시 챙겨본다. 첫 번째 이유는 약 900여 개의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는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혼자 차지하는 비중이 20~25%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삼성전자가 올라갈 때 다른 종목들의 주가가 빠지면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즉,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고래 같은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주식 투자자라면 삼성전자를 항상 예의 주시해야 한다. 삼성전자 주주이거나 주주가 될 투자자라면 반드시 오늘 내가 던지는 3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하고 결정을 내리길 권한다.



1. 삼성전자의 실적을 결정하는 사업은 무엇인가?


올해 2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S22'를 공개했다. '갤럭시 S21'보다 2배 이상의 사전 판매를 기록하며 역대 시리즈 중 최고의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해 8월 삼성전자는 '갤럭시 Z플립3'와 '갤럭시 Z폴드3'를 공개했다. 세 차례 도전 끝에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폴더블폰 마켓 리더십을 공고히 했다. 그렇다면 갤럭시 스마트폰의 연타석 홈런과 함께 지난해 8월부터 삼성전자 주가도 분위기가 좋았을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2021년 8월 11일에 78500 원이던 주가는 2022년 2월 25일 71900 원까지 내려왔다. 비싼 제품을 많이 팔아서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어째서 기업가치를 따라 움직인다는 주가는 반대로 떨어졌을까?



답은 삼성전자의 사업부문에 있다. 이익 기여도가 미미한 'Harman부문'을 제외하고 삼성전자는 반도체 중심의 'DS부문', 스마트폰 중심의 'IM부문', 가전제품 중심의 'CE부문'으로 구분된다(2021년 12월 CE부문과 IM부문은 DX부문으로 통합했다). 2017년 이후 삼성전자 이익의 절반 이상이 DS부문에서 나왔다. 특히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정점이었던 2018년 DS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무려 79%에 달했다. 그 사이에 IM부문과 CE부문의 이익 기여도는 각각 17~34%, 3~10%에 불과했다. 소비자의 눈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만드는 기업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삼성전자는 반도체로 먹고 사는 기업이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2018년 반도체 슈퍼사이클 이후 2021년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다시 지나갔다. '사이클'이란 단어에는 고점과 저점이 내포되어 있다. 즉, 2022년 초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의 고점을 지나 하락 사이클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다. 사이클의 저점이 어디일지, 언제 상승 사이클로 돌아설지는 반도체 시장의 수요과 공급에 달려 있다.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을 탄다는 점을 명심하라. 또한 주식 시장에는 '선반영'이란 마법의 단어가 적용된다. 사이클이 정점을 찍기 전에 주가는 기대가 선반영 돼 거품이 끼고, 반대로 사이클이 저점을 찍기 전에 주가는 우려가 선반영 돼 바닥을 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우량하다고 주가 변동성도 작은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



2. 삼성전자의 주가를 움직이는 요소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최고의, 아니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있기 때문에 삼성전자는 절대 망하지 않고 무조건 성장할 것이다'라는 투자 포인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얼핏 보면 당연하고 솔깃한 이야기다. 내 생각에도 10년 뒤 삼성전자는 지금보다 더 훌륭한 기업이 되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주식 투자에서 '절대' 혹은 '무조건'이란 단어는 항시 주의해야 한다. 1990년대 IBM이나 GE 같은 기업이 시가총액 1위는 차치하고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다는 것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은 믿기지 않겠지만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도 언젠가는 정상에서 내려올 것이다. 삼성전자만 예외일 수는 없다. 세상 어디에도 영원한 1등은 없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20년 넘게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21세기가 시작되고 삼성전자가 부동의 대장주로 군림하는 동안 SK텔레콤(통신), 국민은행(은행), POSCO(철강), 현대차(자동차), SK하이닉스(반도체),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이 2인자의 자리를 번갈아 차지했다. 삼성전자에게 이 치열한 2위 싸움은 그들만의 리그일 수 있지만 내가 삼성전자 경영진이라면 '언젠가는 우리도 이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겠구나' 하는 위기의식을 느낄 것 같다. 그리고 사실 삼성전자는 코스피 1위 수성보다 글로벌 TOP10 진입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의 시선이 국내에서 해외로 전환됨에 따라 성공 방정식도 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는 '메모리', '시스템', '파운드리' 나뉘는데, 지금까지는 메모리가 가장 중요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종류로는 대표적으로 DRAM과 NAND가 있는데 모두 삼성전자가 세계 1위다. 특히 DRAM의 가격과 판매량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견인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시스템 반도체가 주목받고 있고,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2배 정도 크다. 삼성전자도 시스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만, 다른 기업이 설계한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대만의 TSMC에게 점유율이 크게 뒤쳐져있지만 삼성전자가 따라갈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볼 수도 있다.



3. 삼성전자에게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삼성전자의 실적을 결정하는 사업은 반도체이고, 그중에서도 주가를 움직이는 요소는 메모리 반도체의 DRAM에서 파운드리로 이동 중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는 무엇일까? 여기서부터는 수요와 공급의 경제적인 논리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인 영역이다.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정치 변수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만 다루고자 한다. 결론은 미국과 중국이 싸우는데 하필 그 무기가 반도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 제재를 걸었고, 바이든 현 대통령은 TSMC와 ASML 중심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작년 초 삼성전자를 포함해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반도체 기업들이 백악관 회의에 소집됐다. 반도체 공급망 대책 회의를 핑계로 모였지만 사실상 반도체 전쟁에서 미국 편에 붙으라는 압박이었다. 이때 대만, EU, 일본은 바로 콜을 외친 반면 대한민국은 중국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렸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에서 앞서가는 TSMC와 뒤따라오는 인텔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버렸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쌀이라고 불린다. 과거에 적의 식량 저장고를 차지하거나 식량 보급로를 차단해서 전쟁의 승기를 잡았듯이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줄을 끊고 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 글로벌 반도체 1위다. 너무 중요한 것도 문제가 된다.



지난해 8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가석방 출소 이후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NEW 삼성'을 선언했다. 올해 1월 삼성전자 한종희 부회장은 취임 이후 첫 무대인 CES2022에서 대형 M&A를 예고했다. 온갖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투자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인텔의 파운드리 재진출 선언)과 국제사회의 빅딜 견제(엔비디아의 ARM 인수 실패)로 삼성전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주이거나 주주가 될 사람이라면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제 정세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그동안 투자 마인드만 강조했는데 이번에는 실전적인 내용도 섞어보았다.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실전 투자를 통해 주가 등락에 심리가 요동치는 경험을 하고, 요동치는 심리를 다스리는 훈련을 해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한 삼성전자 이야기는 주식 투자의 상식이다. 그런데 대다수는 이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갤럭시가 불티나게 팔려도, 최고급 인재가 넘쳐도, NEW 삼성을 선언해도 삼성전자 주가는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주식을 매수하고자 한다면 해당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는 비즈니스모델(Business Model)과 주가를 견인하는 키팩터(Key Factor)를 이해하고 그 기업에게 주어진 미션(Mission)을 파악하라.



<다음 편 예고>

유소유 #10 내가 투자자가 될 상인가 (3/11 발행 예정)

투자에 적합한 강한 사람들의 3가지 특징


사람 유지비가 싸다.


경제적 악력이 강하다.


부의 전용차선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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