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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Mar 09.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05 음료&기호식품

코카콜라 맛있다/아이유 대 수지, 이상형 월드컵 연장전

음료: 나의 건강과 지구의 건강을 동시에 생각하다.

#롯데칠성 #LG생활건강


과자에서 롯데와 오리온이 카피캣 전쟁을 벌인 것을 기억하는가? 롯데그룹은 좋게 말하면 '패스트팔로워', 안 좋게 말하면 '표절꾼'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러 카테고리에서 경쟁사가 먼저 신시장을 개척하거나 신제품을 개발하면 지켜보다가 가능성이 보이면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해 경쟁사를 잡아먹는다. 그리고 롯데의 식품 3총사를 기억하는가? 롯데칠성은 그중 맏형님으로서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짜장면과 짬뽕, 피자와 치킨, 족발과 보쌈 만큼이나 콜라와 사이다는 영원한 라이벌 관계다. 음료 카테고리에는 칠성사이다를 앞세운 롯데칠성과 '버핏, 북극곰, 월드컵'을 연상시키는 코카콜라를 앞세운 LG생활건강이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를 나열해보자면 롯데칠성에는 칠성사이다 외에 펩시콜라, 밀키스, 게토레이, 2%, 델몬트, 칸타타, 핫식스, 트레비, 아이시스가 있고 LG생활건강에는 코카콜라 외에 스프라이트, 암바사, 파워에이드, 토레타, 미닛메이드, 조지아, 몬스터, 씨그램, 평창수가 있다. 두 기업이 대부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롯데칠성은 음료 주식으로 분류되는 반면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주식으로 분류된다. 음료 매출액의 절대적인 규모는 두 기업이 거의 동일하지만 롯데칠성에게 음료는 70% 넘게 차지하는 사업인 반면, LG생활건강에게 음료는 15% 정도 차지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두 기업의 음료 사업의 운영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롯데칠성은 자사 브랜드 제품을 직접 제조해 유통하는 직판매 모델인 반면 LG생활건강은 한국코카콜라나 해태htb의 브랜드 제품을 가공 제조해 유통하는 보틀링 모델이다. 사실 음료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은 아니며,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사람은 물, 커피, 소주 없이 살아갈 수 없지 않은가. 망하기 어려운 음료 주식에 관심을 갖고 쌀 때 모아두면 언젠가 증시가 휘청일 때 포트폴리오를 방어해줄 수 있다. LG생활건강의 실적은 화장품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때문에 롯데칠성을 중심으로 음료 산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보고서를 읽으며 압도적인 페이지, 낯선 전문용어, 감이 오지 않는 숫자에 주눅든다. 그럴 때 나는 식음료 주식의 사업보고서를 읽어보길 권장한다. 예를 들어 롯데칠성의 사업보고서를 통해 탄산음료 시장이 가장 크고, 생수와 커피는 꾸준하며, 주스가 가라앉고, 탄산수가 떠오른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롯데칠성은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기 때문에 환율에 민감하고 지금 같은 국제 전쟁이 기업에게 리스크라는 것을 유추했다. 롯데칠성이 왜 원가 절감, 시장 다각화, 신제품 개발에 사활을 거는지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음료 산업의 트렌드와 롯데칠성이 향후 좋은 실적을 거두기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을 내부관계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다.



음료업계의 첫 번째 트렌드는 '제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설탕물 취급을 받던 음료가 변하고 있다. 사실 '제로 콜라'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존재감이 미미했다. 그런데 '제로 펩시', '제로 스프라이트' 등 제로 칼로리가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고, 롯데칠성의 '제로 칠성사이다'는 초대박을 터뜨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또한 제로 슈가의 대표로 탄산수 시장이 커지고 있다. 롯데칠성의 '트레비', LG생활건강의 '씨그램', 웅진식품의 '빅토리아'에서 다양한 향의 탄산수를 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가 롯데칠성은 저칼로리에 식이섬유가 포함된 칠성사이다 플러스를 내놓았다. 과연 맛있는 음료수는 몸에 해롭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을까.


음료업계의 두 번째 트렌드는 '에코'다. 우리 몸의 건강 뿐만 아니라 지구의 건강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ESG가 대세로 떠오르자, 롯데칠성과 LG생활건강은 ESG위원회를 설립했다. 특히 롯데칠성은 업계 최초로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ECO'를 출시해 ESG경영을 선보였고, 다른 기업들도 라벨을 떼고 포장을 줄이는 데 동참하고 있다. 또한 롯데칠성은 생수병을 업사이클링해 친환경 유니폼을 제작하고 있다. ESG경영이 단기적으로 실적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지는 못한다. 다만 환경 규제는 앞으로 강해질 일만 남았고,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기업에 기관 자금이 옮겨가는 것을 고려하면 ESG경영은 장기적으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꾸준한 수요를 자랑했던 생수와 커피 시장이 위협받고 있는 것을 살펴보자. 생수는 광동제약의 삼다수가 압도적인 1위이며 롯데칠성의 아이시스, 농심의 백산수, LG생활건강의 평창수가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최근 쿠팡과 이마트, 편의점이 PB제품을 저렴하게 내놓으면서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나처럼 '물 맛이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삼다수 대신 탐사수를 고른다. 커피도 상황은 비슷하다. 캔과 페트 위주의 RTD 커피 시장은 원가우위와 브랜드파워를 앞세우기 어려워 진입장벽이 매우 낮다. 나처럼 '커피이기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칸타타든 조지아든, 아니면 제3의 커피이든 2+1 제품을 고른다.



음료 산업의 성장세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음료업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브랜딩 뿐이다. 웃돈을 주고서라도 펩시콜라 대신 코카콜라를 고르게 만드는 마법,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즐기며 마시는 음료는 파란색의 펩시콜라가 아니라 빨간색의 코카콜라일 것 같은 마음은 모두 브랜딩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은 815콜라 라베을 붙인 코카콜라보다 코카콜라 라벨을 붙인 815콜라를 선호할 것이다. 식품 기업에 투자하면서 맛있으면 주식도 대박날 것이라는 것은 대표적인 착각이다. 맛은 예선에 불과하다. 브랜딩이 결선이다.나는 어릴 적부터 '코카콜라 맛있다'는 동요(?)는 들어봤지만 그 어디에서도 '펩시콜라 맛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기호식품: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고...

#하이트진로 #롯데칠성 #KT&G


한국인의 술 사랑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치즈에 와인, 파전에 막걸리 같은 황금 조합을 찾아냈다. 그런데 술도 유행을 탄다는 점이 흥미롭다. 10여 년 전부터 편의점의 '네캔만원', '만원의행복' 마케팅으로 수입맥주의 전성시대가 열렸고, 약 5년 전부터 제주맥주를 필두로 수제맥주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간에 과일소주와 막걸리 돌풍이 잠시 휩쓸고 지나가기도 했다. 최근에는 또 새로운 술 냄새가 느껴지고 있다. 한편 일반적인 식품은 아니지만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는 담배가 있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담배는 국가에서 통제하는 특수한 독점 산업이며 우리나라에서는 KT&G가 유일무이하다.



'국민여동생' 아이유와 '국민첫사랑' 수지 중 당신의 선택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 겸 배우로 성장한 이들은 한때 이상형 월드컵의 막강한 우승 후보였다. 그런데 아이유와 수지가 다른 곳에서 한판 제대로 붙기도 했다. 바로 소주 광고 모델이다. 아이유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2018년은 레드벨벳 아이린)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으며, 수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2021년부터 블랙핑크 제니)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광고 모델로 활약했다. 무학의 좋은데이처럼 부산 대선, 광주 잎새주, 제주 한라산처럼 소주는 지역색이 강한 술이지만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만 알아도 충분하다.


하이트진로는 주류 스페셜리스트로 소주와 맥주의 매출 비중이 6:4 정도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업계 선두로서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 주류 소비 증가 기대감에 위드코로나 최대 수혜주로 꼽히기도 한다. 하이트진로에게도 흑역사가 있다. 2018년까지 소주로 벌면 맥주로 까먹는 구조가 오래 지속됐다. 그리고 2019년 맥주업계 판도를 뒤흔든 '테라'와 뉴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며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전기차와 트로트가 뜨거울 당시 '테슬라(테라+참이슬)', '태진아(테라+진로이즈백)'처럼 입에 착착 감기는 소맥 조합으로 마케팅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롯데칠성은 음료가 70%, 주류가 30% 정도 차지한다. 롯데칠성도 2020년까지는 음료에서 벌어 주류에서 까먹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주에서는 참이슬, 맥주에서는 오비맥주의 카스가 부동의 1위를 지키는 상황에서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하며 맥주에서 오비맥주와 비등비등해진 반면 롯데칠성의 클라우드는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참고로 오비맥주는 글로벌 맥주 기업인 AB인베브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직접 투자는 어렵다. 그래도 롯데칠성은 2021년 실적 선방을 거두었는데 그 비결로는 '홈술족'을 겨냥한 맥주와 와인 제품 강화, 사이다와 맥주의 이색 콜라보, OEM 사업 신규 진출을 들 수 있다.



2022년 초부터 인플레이션 쇼크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세계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주식이 있었다. 엑손모빌 같은 에너지 주식도 아니고 코카콜라 같은 필수소비재 주식도 아닌 알트리아라는 담배 주식이다. 증시 폭락에 대한 위기감 때문에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담배 주식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시작한 것이다. 세계를 대표하는 담배 기업으로는 말보로와 팔리아멘트을 만드는 필립모리스(알트리아는 필립모리스의 모회사), 던힐과 로스만을 만드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 메비우스와 카멜을 만드는 재팬토바코가 있으며 대한민국에도 에쎄, 레종, 보헴 시리즈를 만드는 KT&G가 국가대표 담배 기업으로서 존재한다.


KT&G(Korean Tobacco and Ginseng)는 이름만 봐도 대한민국의 담배와 인삼 기업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KT&G의 매출 구조를 살펴보면 담배와 인삼이 각각 60%,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부동산임대와 제약 사업이 나머지 10%를 차지하고 있다. 워런 버핏은 건강을 해치는 담배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나는 비흡연자임에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담배 주식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앞서 말했듯이 담배는 독점 산업이라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경쟁적인 마케팅 비용 지출이 필요없고 수요가 비탄력적이라 고객이탈률이 적고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은 수준의 배당금은 덤으로 주어진다. 


스스로 사양길 한복판에 있음을 깨달은 KT&G는 곧장 해외 및 신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KT&G는 담배 소비가 많은 중동 수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필립모리스가 개척한 전자담배 시장에도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들었다. 필립모리스는 전용기기 '아이코스'와 전용스틱 '히츠'로 국내 전자담배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었지만, KT&G가 '릴'과 '핏', '믹스' 시리즈를 앞세워 2022년 2월 기준 선두를 빼앗았다. 2020년 초 KT&G와 필립모리스는 다소 이상한 계약을 체결했다. 필립모리스가 경쟁사인 KT&G의 전자담배 전용기기 릴의 해외 독점판매를 맡은 것이다. 즉, KT&G는 경쟁사마저 인정한 희대의 역작으로 적과의 동침(?)을 꾀하고 있다.



감히 예상하건대 2022년 주류업계 새로운 트렌드는 '프리미엄'이 될 것이다. 최근 힙합 가수 박재범의 증류식 소주 브랜드 원소주가 오픈런 대란을 일으켰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와인 사랑은 유통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음식료 주식을 얘기하면서 내내 강조했듯이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 술의 근본은 따로 마시든 섞어 마시든 소주와 맥주다. 한편 담배 산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은 담배 기업이 배당을 많이 주는 이유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며, 건강과 환경을 중시하는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담배를 쉽게 끊지 못하는 것처럼 담배 기업도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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