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에 일어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드디어, 그 유명한 미라클모닝을 읽었다. 3~4년 전에 베스트 셀러라서 한 번 읽어봤다가 초반부터 포기했던 책이다. 그 이후로도 "그렇게 유명하니 다시 한번 읽어볼까?" 싶다가도, 한 편으로는 여전히 꺼려졌던 책이다. 심지어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걸 좋아하는 자칭 "아침형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책의 초장부터 내가 잘 모르는 '명상'과 하기 싫은 '운동'을 꼭두새벽부터 필수로 하라고 하니,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나는 독서, 명상, 운동, 습관 등에 관심이 많아졌다. 북클럽에 참여하고, 명상 클래스를 신청하고, 헬스장에 등록했다. 최근 읽은 책 중 <지금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그리고 <타이탄의 도구들> 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이 대부분 꾸준히 운동하고 명상에 아주 관심이 많으며, 아침을 여유롭게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알게 된 사실은 아니었다.
내가 상상하는 '성공한 삶'의 아침은 넓고 깨끗한, 채광 좋은 방에서 기분 좋게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조깅을 하고, 책을 읽는 모습이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그동안 어떤 오해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부자라서 운동을 많이 하고, CEO라서 명상을 많이 하고... 이런 식으로 내가 인과 관계를 오해한 거라면? 부자들이 시간이 많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꾸준히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명상하는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 성공하는 거라면? 한 번 해볼 만 하지 않을까?
'밑져야 본전이니까.' 그런 생각으로 이북을 다운받았다. 책을 읽은지 고작 일주일도 안 되었으니 내가 벌써 미라클모닝의 결과가 어떻다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주일간 나는 이전 2~3주 전보다 평균 2.5시간 일찍 일어났으며,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여유 시간에 하던 운동에 시간을 정해주어 매일 아침 조깅을 한다. 확실히 이전보다 하루를 더 긍정적으로 보내고 있다. 평생의 습관으로 발전시켜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미라클모닝을 읽기 전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조금 더 '정돈'된 하루하루를 보내는 느낌이라는 게 솔직한 평이다.
이쯤 되면 생각나야 하는 밈이 하나 있다. 국내 '아침형 인간'바람이 세게 불고 난 뒤 한동안 유행했던 밈으로 알고 있다.
나도 이 밈을 처음 보고 웃기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아침형 인간을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이 밈을 보며 통쾌해 하며 자기합리화와 자기 위로에 빠진다. 그런 태도는 위험하다. 위의 밈에 나오는 인물은 뇌과학자 러셀 포스터다. 나는 이 글을 쓰기에 앞서 그가 어떤 의도로 이 말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풀 영상을 찾아봤다. 영상의 원본은 2013년 TED 강의었고, 그의 풀 멘트는 다음과 같다.
그리고 네번째 근거없는 믿음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건강해지고, 부유해지고, 현명해진다는 겁니다. 글쎄요. 여러가지 다양한 수준에서 봤을 때 말이 안됩니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더 많은 부를 가져다 준다는 증거는 전혀 없습니다. 사회 경제적 수준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제 경험상으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유일한 차이점은 일찍 일어나는 부류의 사람들이 단지 지나치게 우쭐댄다는 정도입니다. 러셀 포스터
러셀은 말 그대로 단지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을 칭하고 있다. 아침 근무 때문에 억지로 아침에 일어나는 사람이 아침형 인간일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만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수면'에 대한 중요성을 무시한 채, 이때다 싶어 아침형 인간을 조롱하는 사람들은 논점을 흐리고 있다. 할 엘로드가 말하는 아침형 인간은 주어진 하루 일정이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 일기를 쓰고, 명상하고, 운동하고, 책을 읽고, 확신의 말을 하고, 시각화 훈련을 하는 사람이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든, 오후 12시에 일어나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침을 얼마나 일관적으로 시작하느냐가 중요하다. B.J Novak
알아둬야 할 게, 할 엘로드도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매일 8시간 숙면을 취한다. 나 역시 작년에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를 통해 수면의 중요성을 좀 더 뼈저리게 알게 되어 아침에 무작정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는 8시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걸 항상 신경 써왔다. 그러니 우리는 미라클모닝에서 일어나는 '시간'에 집중할 게 아니라, 잠에 서 깬 다음 '무슨 일'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경청하되 따르지 말라"는 말이 있다. 팀 페리스의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에서 안나 홈즈가 한 말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되 받아들이지 마라. 우리는 뭔가를 너무 잘 받아들이고, 거기에 순응하고, 순응하지 못하는 자신을 심하게 질책하는 경향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하건대 경청하되 따르지 마라. 안나 홈즈
미라클모닝은 실제 경험담을 근거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해준다. 그가 제안하는 것 중에 받아들일 것만 습득하면 된다. 나와 조금 맞지 않는다고 그의 전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그가 제안하는 라이프 세이버 (SAVERS = Silence, Affirmation, Visualization, Excercises, Reading, Scribing)에서 운동과 글쓰기만 습관으로 들여도 이전보다는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혹은 늦은 오후에 일어나는 사람이더라도 자신만의 규칙적인 루틴을 만들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운동하는 시간을 앞으로 옮겨보는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도 곁들여보겠다. 나는 누가 만들어 놓은 걸 그대로 하는 게 뭐랄까,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100% 따라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당연히 나와 잘 맞지도 않을 수 밖에 없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나도 이름을 하나 지었다. 할 엘로드는 아침 일기를 뜻하는 Writing을 SAVERS 라는 멋진 단어에 맞추기 위해 동의어 사전을 검색해 Scribling 이라는 단어로 바꿨다는 이야기를 참고했다.
나는 매일 아침 SWEAR(맹세)한다. (SWEAR = Studying, Writing, Exercising, Affirmation, Reading) 할 엘로드의 SAVERS에서 명상Silence과 시각화Visualization을 빼고 대신 영어를 공부Studying을 추가했다. 핵심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하루의 생산성을 높여줄 일들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다. 본인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할 엘로드는 "수면시간이 아니라 내 의지가 아침의 컨디션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절대적인 말은 아니겠지만, 다들 3~5시간밖에 자지 못했는데도 아침 컨디션이 좋았던 날의 기억이 적어도 한 번은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처럼 다음 날 아침 아주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때, 우리는 컨디션이 좋다. 따라서, 다음날 아침 아주 즐거운 아침 루틴을 기대하며 잠에 들자는 이야기다.
이쯤에서 한 번 강조를 하고 넘어가야 할 게, 당연히, 하루에 7~8시간의 숙면을 취하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당장 내일의 컨디션뿐만 아니라 평생의 건강과 수명에도 연관이 있는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4시간만 잘 수밖에 없는 날이 생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릿속을 맴도는 첫 번째 생각은 대개 잠들기 전에 했던 마지막 생각이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긍정적인 암시를 자신에게 보낸다면 기다려지는 아침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할 엘로드 <미라클모닝>
나는 최근 며칠간 이 생각 덕을 톡톡히 봤다. 이 말을 머릿속에 잘 새겨 놓는다면 앞으로는 자기 전에 "지금부터 자봤자 6시간밖에 못자겠네... 내일 분명 피곤할 거야. 난 망했어."와 같은 생각은 의식적으로 지우게 될 것이다.
자기 전 가만히 있으면 누구나 잡념이 들기 마련이라, 나는 오디오로 틀어 놓고 자기 시작했다. 타이머를 15~30분쯤 맞춰두고, 아침에 일어나 명상하거나 운동, 일기 쓰는 것에 대해 말하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틀어놓기만 하면 된다. 나는 <미라클모닝>, <미라클모닝 밀리어네어>, <타이탄의 도구들> 같은 책의 랜덤 파트를 틀어놓고 잠이 드는 것이 다음날 일찍 일어나 바로 하루 루틴을 시작하는 데에 도움을 줬다. 긍정적인 메세지를 들으니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감정이 차올랐고, 정말 그 다음날 아침까지 그 기분이 이어졌다.
할 엘로드가 적은 글도 물론 도움되는 것이 있었지만, 특히 그가 첨부한 명언이나 그의 멘토가 그에게 해준 말 중에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들이 있었다. 아래 쭉 적어놓을 테니 한 번 씩 읽어보면 좋겠다. 분명 마음에 와닿을 수 있는 말이 있을 거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모험은 당신이 꿈꾸던 삶을 사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
"성공의 정도가 자기계발의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냐하면 성공이란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었느냐에 따라 따라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짐 론
"첫번째 한 시간은 하루의 방향키다. 만약 내가 잠에서 깬 후 첫 한 시간을 게으르고 무계획적으로 보낸다면, 무척 게으르고 멍하게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만약 내가 하루의 첫 한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한다면, 나머지 하루도 그렇게 따라가게 된다." 스티브 파브리나
"삶이 달라지길 원해? 그럼 먼저 뭔가 다른 것을 기꺼이 해!" 케빈 브레이시
"인생에서 가장 슬픈 일은, 그 마지막에 도달했을 때 후회하며 돌아보는 것이다. 그때 가서 당신이 더 많은 것을 하고, 더 많은 것을 갖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아봐야 소용없다." 로빈 샤르마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과거에 내가 있었던 곳'의 결과지만, '앞으로 가게 되는 곳'은 바로 지금부터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선택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할 엘로드
"당신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사람으로 성장하고, 꿈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영감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목표다. 이 보편적인 삶의 목표에 따라 살아야 한다." 매튜 켈리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 하는 일이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될지 결정하고, 그에 따라 삶의 질과 방향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라." 할 엘로드
"운동할 시간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앓는 데 시간을 쓰게 될 것이다." 로빈 샤르마
"우리는 우리가 읽는 바로 그 책이 된다." 매튜 켈리
"당신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의욕이다. 그리고 의욕을 지속시키는 것은 습관이다." 짐 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