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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Apr 01. 2022

검은 머리 흰머리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아버지의 검은 머리가 기억나지 않는다

옛 사진은 안 본 지 오래

귀 옆에 조금 남은 머리가

마치 수명(살아온 세월의 깊이) 같아 좋다

남은 시간이 길다고 좋은 건 아니지 싶다

해뜨기 전 가루가 반죽이 되고

시간이 나를 만들었다

인간이 흙으로 빚어졌다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나는 하얀 밀가루를 뒤집어쓴

한 번도 검은 머리였던 적 없는

아버지의 흰머리가 나였다

빽빽한 그 머리카락 사이로

나는 자식이었을까 고통이었을까

나는 내게 자식도 못되고 고통뿐이라

입에서 아버지 찾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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