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내 항문과 아버지의 어깨가
한날한시에 고장이 난다
종일 서서 하얀 머리카락보다
더 흰 가루들과 부단히
손을 맞추어 일구어 낸 인간
나는 항문이 아프다
앉아서 일하라고 허연 셔츠 입고
대우받으라고 사회에 내던져진 인간
그 인간은 오래 앉지 못해 항문에 병이 난다
부서진 어깨는 다시 못 돌아오고
부풀어진 항문은 금세 가라앉는다
내 항문은 죄가 없는데 아프기만 하고
아버지 어깨를 고치지 못해
나는 별말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아프다는 것이 이렇게 아플 줄 몰라서
더는 아프다는 말 안 아프게 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