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원강 Apr 13. 2022

고장 난 부자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내 항문과 아버지의 어깨가

한날한시에 고장이 난다

종일 서서 하얀 머리카락보다

더 흰 가루들과 부단히

손을 맞추어 일구어 낸 인간

나는 항문이 아프다

앉아서 일하라고 허연 셔츠 입고

대우받으라고 사회에 내던져진 인간

그 인간은 오래 앉지 못해 항문에 병이 난다

부서진 어깨는 다시 못 돌아오고

부풀어진 항문은 금세 가라앉는다

내 항문은 죄가 없는데 아프기만 하고

아버지 어깨를 고치지 못해

나는 별말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아프다는 것이 이렇게 아플 줄 몰라서

더는 아프다는 말 안 아프게 하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달고 쓰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