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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강 Apr 14. 2022

살아있다

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네 개의 알약을 넘긴 후로 나는 다른 세계로 간다

힘들다 외롭다 우울하다 슬프다 내가 먹은 약들의

이름을 나는 그렇게 지었다.

그래 봐야 쓰디쓴 화학 덩어리겠지만

나 말고 누군가도 이 시각에

물 한 모금에 이 약을 넘겼음에 나는 안심한다

살아있으니 나도 약도 존재함을 느낀다

아주 근원적인 물음으로 나는 누구인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사유하고 사색하였지만

아무런 결론에 이르지 못하여 여전히 약을 먹고 있는지 모른다

하루 종일 쓰지도 못해 나는 겨우 한 페이지를 채운다

시가 나를 살렸다는 소리가 하고 싶어서

낮에는 펜으로 짖어대다가 밤이 되어서야 약으로 가라앉는다

비로소 남들과 다름을 깨닫고 나 홀로 구석에 서서

공포영화의 엔딩을 맞이한다 살아있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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