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강 시집 - 첫 번째 ,
내가 정말로 경계하는 것은
불을 끄면 또렷해지는 잔상
좁은 침대에 누워
투명한 사람을 위해서
나는 가장자리에 꼭 붙어 눕는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놓고
내게는 텅 빈 공간만 남겨 둔 채로
유령이 되어 떠나버린 잔상
잠이 들면 이른 새벽에 깨어
불면증에 괴롭다는 사람이
내 곁에 누워 긴 잠에 들고선
밤의 유령처럼
또렷한 잔상만 남겨둔 채
사라져 버렸다.
아주 강렬한 경이로움으로
퇴치된 유령이 생각날 때가 있다
어쩌면 다시 또
너에게로 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는 투명한 네 자리를
온전히 차지하고 눕는다